미국의 기업 이익단체가 지난해 1~6월 의회와 행정부를 상대로 쓴 로비자금이 11억6000만 달러(약 1조1250억원)로 집계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4일 보도했다. 하루 평균 6500만 달러가 워싱턴 의회와 행정부 주변에 쓰인 셈이다.
신문은 정치자금 투명화 조사단체인 '폴리티컬 머니 라인'의 조사결과를 인용해 "지난해 상반기 로비자금이 2004년 하반기보다 8% 늘어나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가장 로비예산을 많이 쓴 기구는 미 은퇴자연맹(AARP)으로 6개월 동안 2780만 달러, 2위는 제네럴일렉트릭(GE)으로 1390만 달러, 3위는 통신사업자연합회로 1140만 달러를 쓴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상반기가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노후보장세금인 사회보장세 제도의 전면적 개혁을 밀어붙이던 시점이었던 만큼 AARP가 적극적인 방어로비를 폈고, GE는 석면 피해소송과 관련한 입법이 진행되면서 로비금액 규모가 커졌다는 것.
이 같은 로비금액은 기업과 이익단체가 로비회사에 지불했거나, 직접 로비활동에 쓴 액수의 총계로, 모두 로비대상자에게 직접 쓰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 현직 로비스트는 "로비회사에 지불된 돈 가운데 일부는 로비스트 급여로, 일부는 사무실 유지비로 쓰인다"고 말했다.
신문은 그러나 "로비등록법에 따라 등록된 로비내용에는 TV 광고료, 여론조사비, 장외집회비, 홍보비가 포함되지 않는 만큼 이익집단이 정책을 움직이기 위해서 지출한 돈은 이 금액보다 훨씬 많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김승련특파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