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는 유용한 기능을 발휘하기 때문에 수많은 곳에서 사용되고 있다. 작은 것은 시계나 휴대전화에, 큰 것은 비행기의 자동항법시스템이나 제품을 만드는 공정을 제어하는 데 사용된다. 이러한 소프트웨어는 인간이 하는 일을 빠르고 정확하게 해 줌으로써 현대정보사회의 기초가 되었다. 이제는 소프트웨어가 사용되지 않는 곳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이다.
이렇게 유용한 소프트웨어는 몇 가지 중요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첫째, 소프트웨어는 복제가 용이하고 복제물은 원본과 동일하다. 둘째, 복제된 소프트웨어는 인터넷을 통하여 광범위하고 빠르게 전파될 수 있다. 따라서 복제를 그대로 두면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개발에 투자한 비용을 회수할 수 없기 때문에 개발 의욕을 상실하여 사회적으로 소프트웨어의 기술 발전을 기대할 수 없게 된다.
그래서 소프트웨어를 특허와 저작권, 그리고 각종 암호 등의 기술적 보호조치로 보호한다. 저작권은 소프트웨어를 제작하면 자동적으로 보호되는 장점이 있는 반면 일정한 형식으로 표현된 것만을 보호하기 때문에 소프트웨어의 진정한 가치인 ‘기능’을 보호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특허는 소프트웨어가 발휘하는 ‘기능’이나 그에 내포된 기술적 아이디어를 보호할 수 있지만 상당히 복잡한 행정 절차와 특허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요약하면 소프트웨어는 저작권에 의하여 표현을, 특허권에 의하여 기능을 보호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특허권은 소프트웨어가 달리 표현되어 있다 하더라도 동일한 아이디어에 기초하고 있으면 그것의 제작이나 판매를 금지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특허가 저작권보다 강력하게 보호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보호제도가 무색하게 소프트웨어의 불법 복제는 대단히 성행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사무용소프트웨어연합(BSA)에서 발표한 ‘전 세계 소프트웨어 불법 복제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04년 국내 소프트웨어 불법 복제율은 46%로 미국 21%, 일본 28% 등 주요 선진국에 비해 대단히 높을 뿐 아니라 세계 평균 35%보다도 훨씬 높다.
이로 인한 업계의 추산 피해금액은 5000억 원으로 조사 대상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8개국 중 7번째로 높은 수치이다. ‘정보기술(IT) 강국, 코리아’에 어울리지 않는 통계다.
소프트웨어는 정보통신산업의 핵심이다. 소프트웨어가 없으면 정보통신 활동을 할 수 없다. 한국의 정보통신산업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해 나가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 기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 된다. 나아가 소프트웨어 자체가 중요한 수출 상품임을 인식하지 않으면 안 된다. BSA의 다른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불법 복제율을 10%만 낮춰도 국내총생산(GDP)은 2조9000억 원 상승하고, 일자리는 1만8000개가 창출된다. 또 조세수입은 8870억 원 이상 증가한다. 이론적인 수치일 수 있지만 30%를 줄일 수 있다면 상상하기 어려운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을 감안할 때 정부가 불법 복제의 단속에 적극 나서는 것이 현명하다고 본다. 왜냐하면 소프트웨어 산업에 있어서 중소기업은 98.2%(전체 5482개 업체 중에서 5384개)를 차지하고, 이러한 중소기업은 불법 복제를 감시하거나 그에 따른 손해를 만회하기 위한 소송에 투여할 인적 물적 자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원의 부족으로 소송을 회피한다. 애써 개발한 소프트웨어가 불법으로 복제되어 자유롭게 유통되고, 이를 소송으로밖에 해결할 수 없다면 중소기업은 생존하기 어렵다. 정부가 나서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구대환 서울대 교수 법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