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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저리 타임]벤치선수에 바친 골세리머니

입력 | 2006-02-16 02:59:00


‘우정과 경쟁 사이에서.’

한국축구 대표팀 수비수 조원희는 최태욱과 머리 모양이 비슷하다. 작고한 한국 마라톤의 영웅 손기정 선생의 젊은 시절과 인상이 비슷하다고 해서 ‘손기정 선수’로도 불리는 그는 머리를 짧게 깎고 다닌다. 그가 대표팀 숙소에서 최태욱의 이발 기구를 빌려 혼자 머리를 깎다가 머리 모양이 이상해지자 최태욱이 나서서 그의 머리를 깎아 주기도 했다.

선수들은 서로 경쟁 중이지만 한 달 이상 동고동락하는 생활 속에서 인간적 우애를 나눈다. 한 선수는 “다 함께 둘러 앉아 함께 밥을 먹을 때 정이 생긴다”고 했다. 피로와 배고픔 속에서 경쟁의 긴장을 떠나 맛있게 밥을 먹는 모습은 인간적이다. 이들은 여가시간에는 여자 친구 얘기를 하거나 컴퓨터 게임을 함께 하기도 한다. 오랜 합숙생활로 서로의 면면을 구석구석 알게 돼 친밀감도 높아졌을 것이다.

그러나 역시 가장 큰 애정이 생길 때는 믿음이 쌓일 때라고 했다. 미드필더 김두현은 “서로에 대한 신뢰가 생길 때 경기력도 나아지는 것 같다”고 했다.

지난달 중순 해외 전지훈련을 시작한 ‘아드보카트 호’는 16일 멕시코전을 끝으로 한 달여의 일정을 마무리한다.

돌이켜 보면 선수들의 경쟁은 치열했다. 선수들은 몸이 재산이다. 많은 선수가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면서도 경쟁에 나섰고 일부는 치명적인 부상으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들도 인간인지라 서운함을 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은 골을 넣은 뒤 벤치에 앉아 있는 부상 선수를 격려하기 위한 세리머니를 펼치기도 하면서 이 자리까지 왔다. 개인으로서는 기량을 경쟁하되 전체 팀원으로서는 서로 인화하고 단결해야 조직력이 배가된다는 사실, 개인의 영광과 팀의 승리는 하나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한 달여의 전지훈련은 축구선수로서 기량 향상은 물론 인간적 성숙을 위한 자리였음이 분명하다.

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