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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하면 주민번호 줄줄이…中-대만, 한국인정보 추출

입력 | 2006-02-16 02:59:00


“한국인의 개인 신상기록은 중국 대만 등 아시아 네티즌(누리꾼)이 쉽게 접근할 수 있고 돈벌이에도 활용할 수 있는 아주 유용한 정보다.”

본보가 15일 인터넷 메신저를 통해 접촉한 중국인 게이머 A씨는 “온라인 게임을 즐기는 중국인 중에 한국인의 개인정보를 도용하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외국인은 한국 게임 사이트에 회원으로 가입할 수 없기 때문에 인기 게임을 활용해 돈벌이를 하려면 한국인의 개인정보를 활용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 한국인 명의 도용해 돈도 벌어

중국 대만 등 아시아 지역의 게이머에게 한국 게임시장은 아주 매력적이다.

게임 자체가 재미있는 데다 게임에 사용하는 무기나 옷 등의 아이템을 한국 누리꾼에게 팔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게임 아이템 거래 현황연도금액2002년3000억 원2003년4500억 원2004년7000억 원2005년1조 원 이상자료: 한국게임산업개발원 A 씨는 “상당수 중국인 게이머는 한국인의 명의로 가입한 사이트를 통해 아이템을 팔아 중국 회사원 기준 1년치 연봉을 벌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그는 또 “10명 정도의 게이머가 한 팀으로 작업하면 단시일 안에 주요 아이템을 갖출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온라인 게임 리니지 운영 업체인 엔씨소프트 윤진원(尹振原) 과장은 “이용료나 결제 시스템이 나라별로 달라 별도의 서버를 운용하고 있다”며 “게임 아이템을 불법적으로 사고파는 시장은 한국이 가장 크기 때문에 외국인이 명의를 도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개인정보 빼내기 너무 쉽다

문제는 한국인의 신상정보를 얻기가 너무 쉽다는 점이다. 본보가 중국과 대만의 주요 게임 사이트를 검색한 결과 이들 사이트 게시판에는 수백 명의 한국인 이름과 주민등록번호가 공개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인의 주민등록번호를 생성하는 프로그램도 중국인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자동 추출 프로그램은 크게 두 가지. 무작위로 주민등록번호 13자리를 생성하는 것과 생년월일을 입력하면 7자리 뒷번호가 생성되는 프로그램이 있다. 이 프로그램을 이용해 주민등록번호를 알면 구글 등 인터넷 포털 검색사이트를 검색해 실명(實名)을 찾아낼 수 있다.

국내 인터넷 사이트는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만 있으면 자유롭게 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다.

리니지의 명의 도용이 문제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9월에는 이 게임 사용자 ID 중 12만 개가 도용된 사실이 적발되기도 했다.

외국인의 명의 도용이 이처럼 심각하지만 아직 뚜렷한 대책은 없다.

인터넷 게임 업체 넥슨의 윤대근(尹大根) 팀장은 “일부 국내 인터넷 업체들이 파산 직전에 고객정보를 해외에 팔아넘기고 있다”며 “고객정보 유출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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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 기자 jaykim@donga.com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새벽에 집중적 명의도용…中‘작업장’서 조직적 범행 가능성

온라인 게임 ‘리니지’의 대규모 명의 도용이 계획적으로 이뤄졌다는 증거가 속속 드러나면서 게임 아이템을 전문적으로 내다 파는 중국 내 ‘작업장’이 사건을 주도했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 게임을 제공하는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15일 “조사 결과 명의 도용 계정의 대다수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 사이에 주로 새벽시간대에 가입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 회사로부터 최근 접속 기록과 회원 가입 기록을 입수한 경찰도 불법 도용된 ID들이 중국어 발음과 비슷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중국 내 작업장에 의한 범행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 중이다.

게임 업계는 1인당 30만 원 수준으로 국내 작업장 인건비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 인력을 대규모로 고용한 중국 내 작업장이 게임 아이템 거래 시장을 장악하면서 발생한 사건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HIT)지는 “중국에 10만여 명의 게이머가 수천 개의 소규모 작업장을 운영하며 게임 아이템을 만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경찰은 지난해 1조 원 규모의 리니지 아이템 시장 중 95%가량의 아이템이 중국에서 유입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중국 내 작업장의 상당수는 한국인의 개인정보를 도용해 계정을 만드는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지난해 9월에는 중국인들이 국내 전자상거래 사이트를 해킹해 확보한 5만3000여 명의 주민등록번호로 게임 계정을 만들고 1000억 원대의 아이템을 국내에 유통시켰다 적발됐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최근 100억 원 이상을 들여 개발한 온라인 게임이 등장하면서 리니지 아이템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자 중국 작업장들이 아이템을 빨리 현금화하기 위해 명의 도용 계정을 대규모로 만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 작업장의 경우 한 계정을 이용해 아이템을 대량으로 판매할 경우 엔씨소프트의 인터넷주소(IP) 추적을 통해 계정이 삭제될 위험이 높아 해킹으로 습득한 개인정보를 이용해 명의 도용 계정을 생성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병기 기자weappon@donga.com

:게임작업장:

인력을 고용해 온라인 게임에서 아이템, 게임머니를 대량으로 만들어낸 뒤 이를 아이템 거래 사이트에 판매하는 행위를 전문적으로 하는 장소를 일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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