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밤 모든 게 단순 명확해졌다. 당신에게 최고의 쇼트트랙 선수가 있고 그들이 모두 결선에 오른다 해도 결국 한국이 이길 거라는 사실이다.”(LA타임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에서 벌어진 ‘사건’은 이제 과거가 됐다. 안(현수)은 오늘 밤 자신이 세계 최고의 쇼트트랙 선수라는 것을 증명함으로써 당시 사건에 대해 계속되던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뉴욕타임스)
19일 오전(한국 시간) 토리노 팔라벨라경기장에서 열린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레이스는 13일 남자 1500m의 복사판이었다. 안현수와 이호석이 다시 1, 2위를 휩쓸었다. 달라진 게 있다면 1500m에선 안현수와 한번도 만나지 못한 채 결선 진출에 실패했던 미국의 아폴로 안톤 오노(24)가 이날은 예선부터 결선까지 3차례 맞붙어 안현수에게 모조리 패한 것.
이번 대회를 앞두고 “솔트레이크시티 1500m에서 김동성의 금메달을 가로챘다는 논란에 휩싸였던 오노가 이번에야말로 자신이 진정한 챔피언이라는 것을 증명할 것”이라고 기대했던 미국 언론은 할 말을 잃었다.
이 때문인지 미국 취재진은 안현수에게 “오노와 대결해 모두 승리했기 때문에 1500m 금메달을 땄을 때보다 더 기쁜가”, “이날 승리가 한국에 어떤 의미가 있는가” 등 당시 ‘김동성 사건’과 관련된 질문을 쏟아냈다.
항상 자신을 챔피언이라고 소개하던 오노 또한 기자회견장에서는 평소와 달리 겸손한 모습이었다. 오노는 3위로 골인하면서 4년 전 할리우드 액션을 연상시키는, 두 손바닥을 위로 펴 보이는 행동을 한 데 대해 “어떻게든 치고 나가려고 했지만 도저히 틈이 보이지 않았다. 결국 3위로 결승선을 넘으며 ‘정말 안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저절로 팔이 올라갔다”고 말했다.
오노는 결과에 대해선 “결승 진출이 목표였고 동메달을 따 만족한다. 2002년 금메달과 은메달에 이어 동메달을 땄으니 컬렉션이 완벽해졌다”고 자평한 뒤 “안현수는 세 차례나 세계선수권 챔피언을 지낸 선수”라고 치켜세웠다.
토리노=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