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디자인스쿨 ‘나바’에서 공동 작업을 하고 있는 ‘디자인 꿈나무’들. 사진 제공 나바
이탈리아 디자인스쿨 ‘나바(NABA)’의 회의실에는 빨간 의자와 녹색 테이블이 놓여 있었다. 이탈리아에서는 어디에서나 이런 ‘원색’과 쉽게 마주친다.
루카 몰리나리 학장의 외양부터 놀라웠다. 그는 가죽 재킷에 오토바이 헬멧을 손에 들고 나타났다. 그는 “나바는 월스트리트저널을 읽는 디자이너를 키운다”고 말문을 열었다.
1980년 설립된 나바는 비주얼 아트, 그래픽, 미디어, 산업, 무대, 패션 디자인 등 7개 과정을 갖춘 3년 과정의 종합디자인학교. 3년 전 이탈리아의 디자인 관련 학교 중 처음으로 교육부로부터 학위를 인정받았다.
학생수는 650명이며 이 중 외국인은 30%. 매년 한국 학생도 2, 3명씩 들어오고 있다. 다른 디자인 학교와의 차이점은 ‘복합 교육’을 한다는 점.
몰리나리 학장은 “그동안 이탈리아 디자인 학교는 실습 위주의 교육에 치중해 왔다”며 “그러나 21세기에 적합한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서는 기술만 뛰어나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소비자의 관심과 시장의 변화, 제품 제작 과정을 디자이너가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생들에게 경제전문지를 가까이 두도록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디자인은 시장에서 영향력을 가져야지 예술로만 남아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학교의 교육과정은 3단계로 이뤄진다. 재료를 손으로 만지는 과정에서 시작해 펜으로 디자인하고 모형을 제작한다. 모델링 작업은 컴퓨터로 한다. 디자인 전시회에 낼 작품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디자인에 대한 예술적 문화적 관점을 익히고 공부한다.
이 학교에는 불가리 등 명품 브랜드에서 중저가 브랜드 이케아까지 산학연계 프로젝트를 제안하는 ‘러브콜’이 끊이지 않는다. 몰리나리 학장은 “기업은 학생들에게 기회를 주는 한편 신선한 아이디어를 얻는다”며 “학생도 실무 기회를 충분히 경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밀라노=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