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의 수도 암스테르담의 명소인 홍등가가 일반인에게 은밀한 내부를 공개했다.
18일 사상 처음으로 ‘오픈 하우스’ 행사를 열고 라이브 섹스쇼 공연장, 토플리스 바, 성매매 업소의 문을 일반인에게 활짝 연 것. 업소의 내부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하던 관광객과 암스테르담 시민 수천 명은 돈을 내지 않고 구석구석을 둘러보는 행운을 만끽했다.
내부를 커튼으로 가려놓고 행인의 호기심을 자극하던 성매매여성들이 은밀한 공간을 공개한 데는 사연이 있다. 최근 들어 홍등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고 있어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 고육책으로 낸 아이디어다.
암스테르담 시의 일부 정치인들은 성매매여성들이 속옷 차림으로 공공연하게 호객하는 행위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심지어 홍등가를 폐쇄하자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건전하게 운영되던 이곳에 악덕 포주가 등장하고 마약 중독자와 성병 감염자가 늘고 있으며 인신매매까지 성행한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 한 인권 단체는 최근 매년 3500명의 여성이 인신매매를 통해 동유럽과 아시아로부터 흘러 들어와 강제 성매매에 내몰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시기에 열린 오픈 하우스 행사는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데 어느 정도 성공한 것으로 평가됐다. 토플리스 바는 시민들에게 무료 음료를 제공했고 스트립댄서들은 방문객과 잡담을 나누거나 함께 사진을 찍어주며 부정적 인식을 바꾸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성매매여성들은 침실과 샤워 시설을 공개하면서 ‘업소’가 위생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홍등가를 둘러본 한 시민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건전한 분위기”라고 말했다. 시민 판 레이얀(49·여) 씨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 거리는 암스테르담의 자산이며 관광객이나 부인이 없는 남자들을 위해 필요한 공간”이라면서 “이 거리가 문을 닫지 않았으면 한다”고 희망했다.
파리=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