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앞두고 일본야구는 자신감에 차 있다.
TV를 켜도, 신문을 봐도 온통 세계 1위에 대한 얘기다. 한국 대만 중국과 맞붙는 아시아 예선(3∼5일)은 안중에도 없어 보인다.
오 사다하루(소프트뱅크) 일본야구대표팀 감독은 19일 “메이저리그 선수와 맞붙어도 절대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목표는 세계 1위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일본대표팀은 대부분 국내파로 구성됐다. 최종 30명 가운데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선수는 스즈키 이치로(시애틀)와 오쓰카 아키노리(텍사스) 두 명뿐이다. 마쓰이 히데키(뉴욕 양키스), 이구치 다다히토(시카고 화이트삭스) 등 주력은 대거 불참한다. 그렇지만 세계 최고에 대한 자신감, 적어도 도전 정신만큼은 충만하다.
반면 한국은 기세 싸움에서 밀리고 있는 듯하다. 한국야구대표팀에는 박찬호(샌디에이고), 김병현(콜로라도) 등에 일본의 이승엽(요미우리)까지 모두 8명의 해외파 선수가 포진했다.
그러나 한국이 내세우는 목표는 세계 1위도, 아시아 1위도 아니다. 내달 3일 첫 상대인 대만과의 경기에 ‘다걸기(올인)’를 하고 있다.
김인식 감독은 “우선 대만을 넘어야 다음 목표를 생각할 수 있다. 대만전에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이승엽과 주장 이종범(기아) 역시 “대만을 잡는 게 목표”라고 말한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2003년 삿포로 아시아선수권에서 대만에 발목이 잡혀 이듬해 아테네올림픽 출전권을 놓쳤기에 더욱 그렇다.
그러나 대만에 총력을 기울이는 사이 아시아의 맹주를 다퉈야 할 일본에는 아무런 대처를 하지 못하고 있다. 전력 분석도 대만에만 집중되어 있다. 이래서는 언제까지나 아시아 2위 자리에 머물 수밖에 없다.
자타가 공인하는 역대 최강의 드림팀이라면 그에 걸맞게 눈을 높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팬들 역시 대만보다는 일본을 이기기를 더욱 바랄 게 분명하다.
후쿠오카에서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