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롱한 색상이 돋보이는 이석구 씨의 채화칠기 ‘화접도’ 장롱. 사진 제공 갤러리 라메르
비취색 바탕에 꽃과 나비를 표현한 ‘화접도’ 이층장, 푸르스름한 바탕에 소나무 학 구름이 담긴 ‘운학도’ 장롱, 노란색 바탕의 ‘수렵도’ 벽화 등.
서울 종로구 인사동 갤러리 라메르에서 기획한 ‘이석구 채화칠기전’(3월 1∼14일)에 선보이는 밝고 영롱한 색상의 전통공예작품들이다. 이 전시에는 채화칠기 장인 이석구(61·동원공방 대표) 씨가 전통과 현대적 미감이 조화를 이룬 소품과 가구 등 100여 점을 내놓는다.
이 씨는 전통적인 나전칠기를 만들어 오던 중 ‘왜 칠기는 모두 까만색이어야 하는가’라는 의문을 갖고 채화칠기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그는 “나전칠기에 앞서 삼국시대부터 옻칠에 색을 넣은 채화칠기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채화칠기야말로 우리의 미에 대한 감각을 보여주는 전통”이라고 강조했다.
채화칠기는 나전칠기의 제작기법을 토대로 하되 작업 과정이 다르다. 이 씨는 “옻칠에 천연안료를 써 색을 내는 과정이 가장 힘들다”고 설명했다. 정양모 전 국립박물관장은 이 씨의 채화칠기 작품에 대해 “혁신적”이라고 평가했다.
이 씨의 작품은 해외에서 호평을 받아 로마교황청을 비롯해 몽골, 이란, 러시아 대통령 관저에 소장되어 있다. 02-730-5454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