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쓰키 요시하루 SPO 사장이 ‘시네마트 롯폰기’에서 개봉할 예정인 ‘댄서의 순정’ 홍보 포스터 앞에서 활짝 웃고 있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일본의 첫 아시아전문 복합영화관(멀티플렉스)인 ‘시네마트 롯폰기’가 다음 달 11일 문을 연다.
아시아 전문 영화관이라고 하지만 올해 상영되는 영화의 약 70%가 한국 영화다 보니 한류(韓流) 전문 영화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네마트 롯폰기는 도쿄(東京) 도심인 미나토(港) 구 지하철 롯폰기 역에서 걸어서 2분 거리에 자리 잡고 있다. 40대 이상 여성들의 왕래가 많아 한류의 새로운 발상지로 발돋움하기에 손색이 없는 곳이다.
시네마트 롯폰기의 상영관은 모두 4개다. 좌석은 1관이 164석, 2관이 51석, 3관이 86석, 4관이 149석이다.
이 영화관을 짓고 있는 회사는 영화 등 영상물을 기획 제작 배급해 온 SPO. 지난해 4월 한국 영화 22편을 일본 전국 86곳에서 동시에 상영하는 ‘한류 시네마 페스티벌 2005’를 열어 관객 27만 명을 동원한 회사다.
가쓰키 요시하루(香月淑晴·54) SPO 사장을 만나 아시아 전문영화관을 열게 된 계기, 한류의 오늘과 내일에 대해 들어 봤다.
―시네마트 롯폰기의 개관에 맞춰 특별한 이벤트를 열 계획이라고 들었습니다. 어떤 내용입니까.
“시네마트 롯폰기의 상영관 4개를 모두 동원해 제2회 한류 시네마 페스티벌을 열 예정입니다. 3월 11일부터 4월 7일까지 약 1개월 동안 ‘도둑맞곤 못 살아’와 ‘하류인생’ 등 한국 영화 20편을 선보일 계획입니다. 지난해 페스티벌에서는 온 가족이 22편을 모두 봤다는 사례도 있었는데 올해도 좋은 반응이 이어질 것이라고 믿습니다.”
―일반 상영 대신 페스티벌 형식을 선호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한국 영화 팬이 늘면서 일본에서는 흥행 가능성이 없는 작품까지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페스티벌은 이런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방안입니다. 여러 작품을 동시에 올리면 수익을 남기는 작품과 손해를 보는 작품이 상쇄돼 전반적으로 채산성을 맞출 수 있거든요. 한 편 한 편씩 일반 개봉을 했다면 지난해 페스티벌에서 상영한 22편 중 절반 이상은 햇빛을 보지 못했을 것입니다. 물론 페스티벌에서 상영한 작품 중 일부는 나중에 일반 개봉을 합니다.”
―한국 영화에는 언제부터 관심을 갖게 됐습니까.
“2003년 새 수익원을 모색하던 중 우연히 흥미가 생겼습니다. 구할 수 있는 작품은 닥치는 대로 구해서 봤습니다. 200편 가까이 보고 나니 한국 영화가 일본에서 통할 것이라는 사업가로서의 감이 왔습니다. 2004년부터 본격적인 한류 붐이 이는 것을 보고 그 감이 맞았음을 확인했습니다.”
―한국 영화의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양동근 류승범 등 연기 공부를 제대로 한 배우층이 두껍습니다. 배용준 이병헌 장동건 등 톱스타들도 배우로서의 기초가 튼튼합니다. 문근영 같은 배우를 갖고 있는 것도 듬직한 자산입니다. 자선활동에 열심이라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었고 두 번 만나 보니 몸에 밴 예의범절과 신중함이 18세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나이는 아버지와 딸 이상의 차이가 나지만 존경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최근 대만을 중심으로 한 화류(華流)가 한류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는 기사가 일본 언론에 가끔 등장합니다. 화류가 한류를 위협할 것으로 예상하십니까.
“한류는 팬들에 의해 자연발생적으로 만들어진 말입니다. 반면 화류는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이 인위적으로 만들어 낸 말입니다. 아직 저변의 흐름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하지만 한국의 대중문화를 충분히 맛본 일본 팬들이 대만의 대중문화에 대해서도 궁금증을 갖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입니다. 사실 한국 영화든 드라마든 흥행성이 있는 작품은 대부분 일본 시장에 소개가 됐습니다. 한류는 계속되겠지만 ‘붐’으로서의 한류는 일단락됐다고 봅니다. 이제부터는 작품 하나하나의 질로 관객과 시청자의 요구에 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앞으로 한국 영화의 숙제가 있다면 무엇입니까.
“영화 ‘무극’에는 한국 중국 일본의 배우가 모두 출연합니다. 감독은 중국인입니다. 용사마(배용준)가 주연한 ‘외출’은 일본 원작을 바탕으로, 일본 시장을 겨냥해, 한국에서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영화의 국경이 사라지고 있는 것입니다. 일본 영화, 홍콩 영화, 한국 영화가 아니라 ‘아시아 영화’라는 새 장르가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합니다. 이 흐름을 주도할 수 있어야 한국 영화가 아시아에 머물지 않고 세계로 뻗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