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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록 갈증 단번에 싸∼악… 시원 상큼 ‘오아시스 록파티’

입력 | 2006-02-22 02:59:00

21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첫 내한 공연에서 그룹 오아시스의 리드보컬 리암 갤러거(오른쪽)가 열창하고 있다. 사진 제공 소니BMG


5500여 명의 관객이 목마른 듯 외쳤다. “오아시스! 오아시스!”

목마르다는 관객들을 본 사내, 마이크를 잡고 딱 한마디 한다. “생큐.” 그래도 관객들이 울부짖자 마지막으로 외친다. “생큐 베리 머치.”

1990년대 ‘브릿팝’(영국 록음악) 열풍의 주역, ‘제2의 비틀스’ 등 갖가지 수식어가 붙는 영국 출신 4인조 록 밴드 ‘오아시스’. 21일 오후 9시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그들의 내한 공연은 이미 10일 전 표가 매진될 정도로 공연계의 핫이슈였다. 그러나 공연장에서 만난 ‘오아시스’ 멤버들은 ‘픽’ 웃음이 날 정도로 뻣뻣하고 건조했다. 미사여구나 립서비스라고는 눈곱만큼도 모르는 이들, MTV에서 본 그대로였다. 그 뻣뻣함을 해부해 보면….

첫째, 이들은 첫 곡 ‘턴 업 더 선’부터 앙코르가 나오기 전 15곡을 내리 불렀다. 이벤트는커녕 올망졸망한 한국 팬들의 눈도 외면한 듯 노래에 전념했다. 그들의 멘트라곤 ‘생큐’와 ‘헬로’. 특히 최고 썰렁함은 곡 소개였다. 뭔가 말할 듯한 표정으로 마이크 앞으로 다가가자 팬들은 ‘꺅∼’ 소리를 질렀지만 이내 보컬 리암 갤러거가 찬물을 끼얹었다. “다음 곡은….”

둘째, 리암 갤러거의 ‘다리 떨기’와 ‘마이크 스탠드 아래에서 허리를 뒤로 젖힌 채 노래 부르기’는 여전했다. 거만한 듯 뒷짐을 지고 키보다 낮은 마이크 앞에서 허리를 젖힌 채 빳빳이 든 고개도 화면을 통해 익히 본 그대로였다. 기타를 연주하는 노엘 갤러거는 지친 낙타와도 같은 모습이었다. 최신 싱글 ‘디 임포턴스 오브 비잉 아이들’을 연주할 때는 절망스러운 표정으로 게으르게 기타 줄을 튕기는 듯했다.

셋째, 이날 최고 이벤트는 ‘리암의 탬버린 꽂기’였다. ‘리브 포에버’를 부르던 중 리암이 손에 들고 있던 탬버린을 머리에 꽂았다. 그러나 표정은 어둡고 대나무처럼 꼿꼿이 서 있었다.

하지만 이런 뻣뻣함에도 팬들은 밴드의 동작 하나하나에 손가락으로 ‘아이 러브 유’ 표시를 하며 방방 뛰었다. 혈기 왕성한 20대 대학생부터 양복 차림의 30대 직장인까지 공연이 끝난 후 땀에 젖은 모습으로 공연장을 빠져 나갔다. 공연 전 노엘이 “이번 공연요? 난 늘 노래를 잘 부르기 때문에 별 걱정은 없어요” 했던 말이 생각난다. 이벤트가 없었다고 징징대는 관객이 있다면 노엘이 아마 삐딱하게 서서 이렇게 말할지 모른다.

“쳇, 우리 최대 이벤트는 노래 그 자체였던 것 몰라?”

‘오아시스’는 세계 어느 곳에서든 뻣뻣하다. 그럼에도 그들의 공연은 매진 행진이다. 이번 내한공연에서도 공연 기획사 측은 티켓이 너무 잘 팔려 ‘울상’이었다. 사인회 등 각종 홍보를 기획했지만 표가 너무 잘 팔리니까 ‘오아시스’ 측이 손을 내저었다고 한다. 웃으며 이렇게 말하면서. “표가 팔리는 게 장난이 아니라면서요. 홍보할 필요 없겠군요. 훗∼.”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