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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큰바람 불고 구름 일더니卷七. 烏江의 슬픈 노래

입력 | 2006-02-23 03:06:00

그림 박순철


한왕 유방을 따르는 세 갈래 군마가 진성을 떠난 지 닷새째 되는 날이었다. 워낙 대군이라 움직임이 느려 아직 수양(휴陽) 남쪽에도 이르지 못하고 있는데, 회남왕 경포가 보낸 사자가 달려왔다. 경포가 아직 구강(九江) 땅에 머무르고 있는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성보(城父)에서 보낸 사자였다.

경포가 보낸 글은 대강 그랬다. 읽기를 마친 한왕은 연방 터져 나오는 기쁜 웃음을 감추지 못하며 말했다.

“제왕과 양왕이 온 데다 이제 구강이 평정되어 회남왕까지 과인에게로 오고 있다면 천하 대세는 이미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마냥 기뻐할 소식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아직 경포의 사자에게 답을 주어 보내기도 전에 동쪽으로 갔던 탐마가 다시 새로운 소문을 듣고 왔다.

“줄곧 팽성을 향해 내닫던 항왕이 갑자기 군사를 돌려 길을 남쪽으로 잡았습니다. 지금 기현((근,기)縣) 쪽으로 내려가고 있는데, 끝내 어디로 가려고 하는지는 알 수가 없다고 합니다.”

그 말을 들은 한왕은 자신도 모르게 낯빛이 흐려졌다. 며칠 전 제왕 한신이 한 말 때문이었다. 그 자리에 있는 한신을 돌아보며 걱정스레 물었다.

“항왕이 스스로 하책(下策)임을 깨닫고 길을 바꾼 것은 아니요?”

글 이문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