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믿지 않는 두 이혼 전문 변호사의 사랑 찾기를 담은 로맨틱 코미디 ‘웨딩 크래셔’. 사진 제공 젊은기획
사실, ‘작업남’들에게 있어서 친구의 결혼식 피로연은 공인된 진수성찬(?)이나 다름없다. 한껏 멋지게 차려입고 나타난 신부의 친구들은 그저 한마디만 걸면 당장이라도 넘어올 것처럼 가슴이 부푼 표정들이기 때문이다. 로맨틱 코미디 ‘웨딩 크래셔(Wedding Crashers)’의 아이디어는 여기서 시작된다.
이혼 전문 변호사들인 존(오언 윌슨)과 제레미(빈스 본)는 생면부지의 신랑 신부 결혼식에 참석해 먹고 마시고 노는 게 취미. 이들은 결혼식 피로연에 참석한 여성들을 유혹해 하룻밤을 보내는 것으로 결혼식을 난장판으로 만드는 이른바 ‘결혼 파괴단(웨딩 크래셔)’이다. 어느 날 깐깐한 성격으로 소문난 재무장관 클리어리(크리스토퍼 워큰)의 딸 결혼식을 공략하기로 한 두 남자. 하지만 이들이 찍은 여자들은 클리어리 가문의 범상치 않은 딸이었으니….
‘웨딩 크래셔’의 결말을 예측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사랑을 믿지 않는 이혼 전문 변호사들은 결국 사랑의 진실을 믿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의 묘미는 이런 결과나 교훈이 아니라 곳곳에 등장하는 기기묘묘한 캐릭터들에 있다.
존이 첫눈에 반하는 장관의 둘째 딸 클레어(레이철 매캐덤스)를 제외하면 클리어리 가문의 구성원에는 ‘정상인’이 없다. 장관의 부인은 시종 존에게 입맛을 다시고, 제레미가 ‘하룻밤’에 성공한 ‘처녀’ 막내딸은 알고 보니 불타는 성욕의 소유자이며, 아들 토드는 스토커 기질을 가진 데다가 못 말리는 동성애자다. 상류층 가문이라는 번듯한 간판 뒤에 가려진 억압된 개인의 모습을 즐겁게 풍자한 것이겠지만, 영화는 비틀린 캐릭터들에게 서로 다른 이야기들을 보태서 뻔한 이야기에 탄력과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영화는 얽히고설킨 갈등과 오해들을 막판 클라이맥스에서 ‘한방’에 해결해 버리며 해피엔딩으로 서둘러 막을 내리는 할리우드 로맨틱 코미디의 ‘일사천리 문법’을 한 치도 벗어나지 않지만, 어쩌랴.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유쾌한 것을.
참, 알아 두면 좋을 두 가지 정보. 우선 제레미 역을 맡은 키 196cm의 정력 좋아 뵈는 사내 빈스 본은 브래드 피트와의 결혼 생활을 청산한 여배우 제니퍼 애니스톤과 요즘 열애설이 떠도는 바로 그 남자다.
또 하나는, 영화 초반 존과 제레미에게 넘어간 팔등신 미녀들이 훌러덩 훌러덩 웃통을 벗어젖히는 장면이 나온다는 것.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니 정신을 집중(?)할 것.
‘상하이 나이츠’의 데이비드 돕킨 감독. 3월 1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