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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월드워치]‘北 가짜담배 보고서’ 진실은

입력 | 2006-02-23 03:06:00


미국 워싱턴에서 활동하는 기자들, 특히 한국과 일본 기자들 사이에는 요즘 북한산 가짜담배 생산보고서 입수 경쟁이 치열하다. 미국 필립모리스, 영국 BAT, 일본 담배회사가 공동으로 조사해 지난해 6월 29일자로 작성한 11쪽 분량의 보고서가 그것이다.

시사주간 타임 아시아판은 이 보고서를 입수해 1월 30일자로 일부 내용을 보도한 바 있다. 그러나 국내 언론은 아직 소개하지 않았다. 이에 앞서 1월 27일 월스트리트저널이 보고서의 존재를 거론했지만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이 보고서가 눈길을 끄는 것은 미국 유럽 일본 회사가 합동으로 퇴직 정보기관 및 수사당국 요원, 범죄조직 정보원을 고용해 중국계 범죄조직과 접촉시키고 북한 내부까지 침투시켜 현장을 보고 쓰게 한 보고서이기 때문이다. 말버러 담배를 만드는 필립모리스USA의 안드레 라이먼 선임 부사장이 최종 작성 책임자로 알려진 이 보고서는 미 당국에 제출된 상태다. 한국 정부도 이 보고서 입수에 관심을 보여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타임에 따르면 이 보고서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북한에는 10∼12곳의 담배공장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일부 공장은 북한 군부와 정보기관이 직접 소유하고 있다. 북한 당국이 완벽히 통제하고 있다.… 북한은 외국 담배위조조직에 ‘안전한 은신처’를 제공한다. 함경북도 나진 지역에 위치한 3개 담배회사는 (지난해 8월 미국에서 체포된 뒤 기소된 대만 삼합회로 추정되는) 대만 범죄조직이 돈을 대거나 운영하고 있다. 나진의 또 다른 공장에선 120명의 종업원이 중국인 관리자와 기술자의 지시 아래 돌아가고 있었다. 북한 관리들은 담배공장에서 이른바 ‘세금(tax)’이라는 걸 받았다. 이 담배는 대만 범죄조직이 소유한 어선에 실려 수출됐다.… 이런 공장이 북한에 세워진 가장 큰 이유는 ‘북한 정권이 범죄조직에 자국 항구를 사용하게 함으로써 위조담배 밀수의 유통 채널을 형성해 주기 때문’이라고 본다.… 어떤 경우에는 밀수담배를 실은 배가 공해(公海) 상에서 적발되기도 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 보고서를 언급하면서 “북한에 침투한 필립모리스 정보원에게 (국적불명의) 일단의 사람들이 가짜 달러도 사겠느냐고 제안까지 했고, 이 사실은 이후 미 재무부에 통보됐다”고 보도했다.

필립모리스USA 본사는 17일 보고서 열람 및 보고서 작성 담당자에 대한 인터뷰 요청을 최종 거절했다. “이미 일부가 보도되긴 했지만 현재 시점에선 적절하지 않다. 미국 정부를 상대로 취재해 달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