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리노=신원건 기자
“오늘이 아니면 집에 가져갈 메달이 없잖아요. 저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에 쓰러져 죽어도 좋다는 각오로 뛰었어요.”
3000m 계주에서 두 차례나 선두로 치고 나가는 활약으로 한국 팀의 승리를 이끈 변천사(사진)는 벌겋게 상기된 표정이었다.
19일 여자 쇼트트랙 1500m에서 세 번째로 들어오고도 애매한 판정으로 실격 처리된 그는 26일 열리는 여자 1000m에서도 출전 명단에서 빠져 마음고생이 특히 심했다.
대표팀에서 전다혜(170cm, 63kg)에 이어 두 번째로 체격이 좋은 변천사(167cm, 58kg)는 파워와 순발력은 물론 상대 심리를 읽는 두뇌플레이도 뛰어나다는 평가. 지난해 10월 국내에서 열린 제2차 쇼트트랙 월드컵에선 종합 1위를 차지하면서 진선유에 이은 2인자의 자리를 확보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 1500m에서 은메달을 따내며 상승세를 탄 최은경에게 밀려 1000m 출전까지 놓치게 됐던 것.
변천사는 “처음에는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계주가 남았기 때문에 속상한 일은 빨리 잊어버리고 마음을 독하게 먹어야 한다고 스스로를 다잡았다”고 말했다.
그리고 변천사는 마침내 단상에 올라 세상에서 가장 환한 웃음을 지을 수 있었다.
토리노=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