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이코노 카페]‘암호를 풀어라’

입력 | 2006-02-27 02:59:00


《정통부 건물엔 암호를 푸는 민원인들이 있답니다. 무슨 얘기냐고요? 부서 이름이 헷갈리거든요. 정보통신정책국, 정보통신진흥국, 정보통신협력국….도대체 뭘 하는 곳인지 알 수가 없답니다. 최첨단 부서 이름엔 ‘정보’나 ‘통신’이 꼭 들어가야 하나 봅니다!!》

‘정보화기획실’ ‘정보통신전략기획관실’ ‘정보통신정책국’ ‘정보통신진흥국’ ‘정보통신협력국’….

서울 세종로 사거리 교보빌딩 바로 옆에 있는 정보통신부 건물에 들어서면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해하는 사람들을 발견하기가 어렵지 않습니다. 실국(室局) 이름에 대부분 부처 이름에 이미 들어간 ‘정보통신’이나 ‘정보’, ‘통신’이라는 말이 마치 약방의 감초처럼 포함돼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정통부를 방문한 한 민원인의 얘기입니다. “이름만 봐선 도대체 무슨 일을 하는 곳인지 모르겠네요.”

외부 방문객들은 실국 이름과 업무를 연관 짓기가 암호 풀기라도 해야 하는 것처럼 어렵게 돼 있습니다. 어디서 뭘 하는지 잘 모르겠다는 얘기는 통신업계에서조차 나옵니다.

가령 이동통신회사와 유무선 통신회사를 관장하는 곳은 정보통신진흥국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왜 ‘진흥’이라는 이름이 들어갔는지 물어보면 모두 고개를 갸우뚱합니다.

이동통신회사에서 10여 년을 근무한 한 임원은 “우리 회사와 연관 있는 곳이라는 건 알지만 왜 진흥국인지, 정보통신정책국과는 어떻게 다른지 잘 모른다”고 말하더군요.

정보화기획실과 정보통신전략기획관실도 이름만큼이나 구분하기가 어렵습니다.

정보통신전략기획관실은 ‘정보통신’에다가 ‘전략기획’이라는 용어까지 붙어 있으니 최첨단에다 조직도 방대할 것 같은데 실은 차관을 보좌하는 조직입니다. 업무도 정보통신과 정보화에 대한 국내외 동향 분석과 조사통계 분석이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반면 정보화기획실은 실장을 포함해 과장급 이상이 11명이나 있는 방대한 조직입니다. 주로 인터넷이나 해킹 문제 광대역 통합망, 정보보호 등에 관한 업무를 다룹니다.

정보통신협력국도 생소한 이름인데요, 주로 국제기구와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대외업무를 맡는 곳이라고 합니다.

정통부의 한 공무원은 “4년 전에 만들어진 이름들인데 외부 사람들이 다소 헷갈릴 만하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정통부는 최첨단 정보기술(IT) 선전에 앞서 소비자 위주로 각 국 이름부터 다시 달아야 할 판입니다.

최영해 기자 yhchoi6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