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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마당/이신동]‘치맛바람’이 자랑거리 되려면

입력 | 2006-02-27 02:59:00


3월 경기 가평군에 청심국제중학교가 문을 연다. 이 학교는 중학교로는 처음으로 대부분의 수업을 영어로 진행하는 특성화 사립학교다. 이 중학교의 신입생 입학 경쟁률은 21 대 1로 외국어고나 과학고의 입학 경쟁률보다 4∼5배 높았다. 중학교 입학을 앞둔 자녀를 둔 부모들의 관심이 거의 폭발적으로 나타난 것이었다.

이 학교의 수업을 잘 따라가기 위해서는 영어 구사 능력이 절대적이다. 이 때문에 어떤 부모는 자녀를 1년 가까이 외국에 영어 연수를 보내기도 했고, 서울 강남의 학원가에 개설된 국제중학교 준비반에서 특수훈련에 맞먹는 집중 교육을 받게 하기도 했단다.

이러한 지원은 경제적 여유가 없는 이들에게는 생각하기 어려운 특별한 것일 게다. 그래서 “부모 심정은 이해가 되지만 자기 자녀만을 잘 가르치려는 것은 좁은 이기심이다”, “과정도 중요한데 결과에만 집착하는 부모들의 편향된 사고가 문제다”라는 등의 주장이 있었다. 사회의 양극화를 부추기는 요소라는 평가도 있었다. 그러나 이런 교육열이 정말로 잘못되고 쓸모없는 일인가.

모 금융회사의 광고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한국 사람 밥 빨리 먹습니다. 일본이 100년 만에 이룬 자동차 산업을 한국은 30년 만에 달성했습니다”라는 내용이다. 한국인의 급한 성격은 지금껏 부정적으로만 치부돼 왔으나 시대가 바뀐 지금에는 자랑거리가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교육과 관련된 부정적인 용어인 ‘치맛바람’ ‘과열 과외’ ‘사교육 열풍’ 등도 잘 다듬기만 한다면 자랑거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뜨거운 교육열은 우리 사회의 귀중한 에너지원이며 재산이다. 국가와 사회는 부작용을 강조하며 이를 덮어 버리거나 누르려고 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소중히 여기며 마음껏 건강하게 발산시킬 수 있도록 공간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외국어고를 여러 개 만들었듯이 특성화된 중학교도 여러 군데서 개교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 수월성 교육 또는 영재 교육을 중점적으로 수행하는 중학교, 초등학교도 따로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21세기에 맞는 적극적인 교육 정책이 아닐까.

이신동 순천향대 교수 교육심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