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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대통령 3년 소회]“탄핵땐 내 정치운명 거둬지길 원했다”

입력 | 2006-02-27 03:00:00

기자단과 등산노무현 대통령(오른쪽)이 26일 청와대 출입기자단과 함께 4월 1일부터 개방되는 숙정문 등산로를 따라 북악산 정상에 올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노 대통령은 취임 3주년을 맞은 소회를 말하고 대통령 임기 조정의 필요성을 밝혔다. 석동률 기자


노무현 대통령은 26일 취임 3주년을 맞아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북악산 산행을 하면서 지난 3년의 소회를 피력했다.

노 대통령은 산행 도중 청와대 뒤편 성벽의 개방 일정에 대해 참모들의 설명을 들은 뒤 “그냥 ‘무슨 소리야, 그거 하는 데 왜 이렇게 늦어져’라고 무식하게 소리쳐야 하는데 내가 ‘아, 그렇습니까’ 하니까 세월이 오래 걸린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개인적으로 임기 5년이 길게 느껴진다’는 자신의 발언이 개헌론 제기로 비친 데 대해 “헌법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치문화”라며 “좋은 제도가 필요 없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그것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는 기대는 지나치다”고 진화에 나섰다.

산행을 마친 노 대통령은 기자들과 서울 종로구 평창동의 한 식당으로 옮겨 불고기와 우거지해장국을 들며 간담회를 했다.

노 대통령은 “(2002년) 나의 당선 자체가 역사적으로 큰 사건으로, 사회적 운동과 같은 대중적 파워에 의한 특수한 선거 과정을 거쳐 당선됐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또 역사의 진보에 대해 “왕의 권력이 일반 국민에게까지 분배돼 왕이 누리던 것을 일반 국민이 누리게 되는 것이 역사의 진보”라며 “참여정부 출범의 의미를 살려 나가기 위한 우리 사회의 변화는 상당 수준 진보한 것이 아니냐”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논란이 됐던 대연정(大聯政) 제안에 대해선 “과속이 돼서 한 발 물러섰지만 이 주제는 아직도 살아 있다”며 “하지만 내 임기 안에 목표로 욕심을 부리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털어놨다.

노 대통령은 양극화 문제에 대해선 “임기 중에 해소되거나 호전되지는 않겠지만 최대한 악화되지 않도록 저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본궤도에 오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 대해 노 대통령은 “우리가 선진국을 거의 따라잡은 분야는 결국 중국도 따라잡았다. 우리가 선진국을 따라잡지 못한 분야, 주로 고급 지식 서비스 분야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끝으로 “내 생각은 아주 원만하고 무사한 지도자들보다는 개성 있는 일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며 각료 인선 기준에도 적용된다”며 “일 잘하는 사람은 지뢰도 터지고 낙마하지만 그래도 남는 게 있다. 남은 2년도 시끄럽더라도 그 길로 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노 대통령은 다음 달 23일로 예정된 ‘국민과의 인터넷 대화’를 앞두고 이날 5개 포털사이트에 올린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편지’에서 “(지난 3년간) 때로는 내 운명에 절망한 적도 있었다”며 “2004년 탄핵 때는 차라리 내 정치적 운명이 거두어지기를 바랐던 것이 솔직한 심경이었다”고 말했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