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특급’ 박찬호(샌디에이고·사진)와 ‘일본의 야구 천재’ 이치로 스즈키(시애틀·이상 33세). 둘은 지금까지 메이저리그에서 팀 이름을 걸고 서로와 대결했다. 그러나 이제는 국가를 위해 싸운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아시아 예선 개막을 사흘 앞둔 28일. 일본 도쿄돔 호텔에서 열린 한국과 일본의 공식 기자회견에서 그들은 팀 리더답게 ‘메이저리그 급’ 언변을 과시하며 선의의 경쟁을 다짐했다.
최근 이치로의 “30년 동안 한국 대만이 일본을 넘어설 수 없도록 해 주겠다”는 발언으로 이미 장외 설전이 벌어진 상황. 박찬호는 이에 대해 “이치로가 30년 동안 부담을 갖게 생겼다. 앞으로 한국을 만날 때마다 생각이 날 것이다”고 응수했다.
이날 따로따로 열린 기자 회견에서 서로는 상대방을 존중하면서도 승리에 대한 각오만큼은 감추지 않았다.
먼저 박찬호는 일본 기자들로부터 이치로에 대한 질문을 받고는 “이치로 역시 일본에 속한 한 선수일 뿐이다”라고 잘라 말했다. 일본 기자들이 이치로와의 라이벌 관계에 대한 질문을 계속하자 박찬호는 “개인적으로도 친분이 있고 잘 아는 선수다. 그러나 팀이 아니라 국가의 명예가 걸린 만큼 의미가 다르다. 이치로를 비롯한 일본 선수들이 인터뷰 때마다 한국을 거명하는 것 자체가 이미 한국을 위협적인 존재로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치로 역시 “나의 언행이 가끔 상대방에게 자극을 주는 식으로 비치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그런 말을 하면서 나 자신이 먼저 자극을 받는다. 이번 대회가 무척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치로는 또 박찬호를 비롯한 한국 투수들에 대해 “굉장히 공격적이다. 어떤 상황이든 돌파해 나가는 인상으로 남아 있다. 한국 선수들은 어떤 상황에도 도망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찬호는 구단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24일 일찌감치 캠프에 합류했고 이치로는 연일 고함을 지르느라 목이 쉰 상태로 기자회견장에 나타났다. 한일을 대표하는 두 스타는 5일 18시 한일전에서 맞붙을 예정이다.
도쿄=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