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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멀티’ 박지성, 아드보를 춤추게 했다

입력 | 2006-03-02 04:32:00

“주영아 잘했어”‘부진을 단번에 날려 버린 골.’ 1월 25일 핀란드전에서 골을 넣은 뒤 골 맛을 보지 못하던 박주영이 다시 득점포를 가동했다. 1일 앙골라와의 평가전에서 전반 22분 날카로운 왼발 슛으로 골을 터뜨린 뒤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는 박주영(오른쪽에서 세 번째). 연합뉴스


한국축구대표팀이 다양한 ‘박지성 카드’를 실험하며 월드컵 본선 진출국인 아프리카의 신흥 강호 앙골라를 꺾었다.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이끄는 한국축구대표팀은 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60위 앙골라와의 경기에서 전반 22분 터진 박주영의 골로 1-0으로 이겼다. 한국의 FIFA 랭킹은 31위. 한국은 김남일의 패스를 이어받은 이동국이 골대를 향해 강하게 드리블하고 가다 튀어 오르는 공을 뒤따라가던 박주영이 잡아 드리블하다 강하게 반대쪽으로 터닝슛, 골네트를 흔들었다.

이날 평가전은 한국이 2006 독일 월드컵 첫 상대인 아프리카의 토고를 대비해 치른 경기다. 한국은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영표(토트넘 홋스퍼) 이을용(트라브존스포르) 등 해외파가 가세해 국내파와 손발을 맞췄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박지성의 위치였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박지성을 측면공격수로 세우는 것과 미드필더로 세우는 것 등 다양한 카드를 갖고 있었으나 공격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장시켰다. 박지성은 초반에 특유의 폭발적인 질주와 드리블로 상대 수비를 크게 흔들며 박주영 이동국 이천수 등 스리톱이 나선 한국의 공격진에 활기를 불어 넣었다.

윙백으로 나선 이영표도 공격에 가담하며 초반부터 상대를 거칠게 밀어붙였다. MBC 서형욱 해설위원은 “오늘 경기는 박지성의 활용 방안 연구에 초점이 맞춰졌다”고 말했다.

그는 “박지성이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서면서도 동시에 윙포워드 위치를 커버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박주영이 윙포워드로 나섰는데도 중앙 공격에 집중할 수 있는 여력이 생겼다”며 “이 같은 박지성의 위치는 박지성의 폭넓은 활동 범위와 박주영의 공격력을 함께 살려 보자는 감독의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SBS 신문선 해설위원도 비슷한 분석을 내리며 “한국이 토고나 스위스를 상대로 할 때 써볼 수 있는 공격적인 카드”라고 내다봤다.

한편 한국은 후반 들어 박지성을 오른쪽 측면공격수로 기용하고 김두현을 공격형 미드필더로 기용하며 또 다른 실험을 했다. 한국은 멀티플레이어인 박지성의 카드를 그만큼 다양하게 써볼 수 있게 됐다. 그러나 한국은 여전히 골 결정력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박문성 SBS해설위원은 “미드필더에서의 좋은 패스가 많았는데 이를 득점으로 연결하지 못한 점, 좌우 공격의 균형이 맞지 않아 좋은 크로스가 없었던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점은 해외파와 손발을 더 맞추어 가면서 극복해야 할 점으로 떠올랐다.

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전 창 기자 jeon@donga.com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양감독의 말▼

▽딕 아드보카트 한국 팀 감독=날씨와 그라운드 상태 등 어려운 여건에서도 아주 뛰어난 경기를 펼쳤다. 다만 아쉬운 것은 많은 기회를 만들고도 1골밖에 기록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팀원 모두가 열심히 해 줬다. 개별 선수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모두 경기를 통해서 보았듯이 박지성은 우리 팀에 아주 중요한 선수다. 박주영은 전반전에 상당히 잘해 줬는데 후반전에 피로도가 있는 것 같아서 교체했다.

▽루이스 올리베이라 곤살베스 앙골라 팀 감독=예상했던 것보다 한국팀이 훨씬 잘했다. 앙골라도 2번 득점할 결정적인 순간이 있었는데 실패했고 한국은 골을 넣었다는 것이 차이다. 한국 선수들은 뛰어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특정 선수의 활약보다는 팀워크가 부럽다. 컨디션이 동등하다면 월드컵 본선 토고와의 경기에서 한국에 승산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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