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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프리즘]“주영아 힘내!”

입력 | 2006-03-03 03:06:00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진정한 스타다. K리그의 박주영. 동아일보 자료 사진


23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첼시와 바르셀로나 16강전 전반 35분. 바르셀로나의 ‘샛별’ 리오넬 메시(19)가 오른쪽 터치라인을 타고 질풍처럼 첼시 진영을 파고들었다. 이를 막아선 것은 첼시의 아르옌 로벤(22·180cm, 75kg). 신체 조건으로 보면 메시(169cm, 67kg)의 절대 불리. 하지만 메시는 현란한 발기술과 로벤의 무게중심을 기묘하게 이용하는 드리블로 오른쪽 구석까지 볼을 몰고 갔다. 그리고 속임 동작으로 한순간에 로벤을 제쳤다. 하지만 그 순간 첼시의 델 오르노(25·180cm, 70kg)가 거친 태클로 달려들었고 메시는 그라운드에 나뒹굴었다. 델 오르노는 퇴장을 당했고 첼시도 1-2로 무너졌다. ‘수비의 4-3-3 세계 최강’ 첼시가 ‘공격의 4-3-3 세계 최강’ 바르셀로나에 무릎을 꿇은 것이다. 그것은 델 오르노의 퇴장을 이끈 메시의 수훈이었다.

전문가들은 “메시는 이날 경기에서 2004년, 2005년 연속 국제축구연맹(FIFA) 선정 세계최우수선수 호나우디뉴(26·181cm, 75kg)보다 나았다”고 평가했다. 마라도나(45)도 “메시는 축구의 아름다움이 뭔지 보여줬다. 아르헨티나에서 내 자리를 이어받을 선수를 줄곧 지켜봤는데 바로 그 선수가 메시다”라며 극찬했다.

박주영(21·FC서울)과 메시는 둘 다 ‘축구 천재’로 불린다. 포지션도 좌우 윙포워드부터 가운데 최전방 공격수나 그 밑의 처진 스트라이커까지 모든 공격 자리를 소화할 수 있다. 메시가 13세 때 바르셀로나 유소년팀에 입단한 데 비해 박주영은 대구 반야월초등학교 4학년(10세) 때부터 축구를 시작했다. 메시는 2004년 17세의 나이로 스페인의 프리메라리가에 데뷔했고 박주영은 2005년 20세 때 K리그에 뛰어들었다.

메시는 2005세계청소년선수권에서 아르헨티나의 우승을 이끌며 득점상(7경기 6골)을 받고 최우수선수(MVP)에 뽑혔다. 박주영도 이 대회에 참가했지만 3경기 1골에 그쳤고 한국은 예선에서 탈락했다.

박주영과 메시는 플레이 스타일이 비슷하다. 타고난 신체 능력보다 볼의 흐름과 간결한 볼 처리로 ‘영리한 플레이’를 펼친다. 유연한 드리블과 경기장 전체를 아우르는 넓은 시야가 일품이다. 창조적 플레이로 예리한 킬 패스를 찔러 준다.

요즘 메시는 펄펄 날고 있는데 왜 박주영은 해외전훈에서 부진했을까. 일단 무대가 다르기 때문이다. 메시는 어릴 때부터 ‘세계적 눈높이’의 프리메라리가에서 직간접 경험을 많이 했으나 박주영은 ‘우물안’ K리그에서 겨우 1년간 성인무대를 경험했을 뿐이다. 그보다 한 단계 높은 A매치 경험도 턱없이 적다. 메시도 프로 첫해인 2004∼2005시즌엔 챔피언스리그 1경기를 비롯해 총 6경기에서 1골을 기록했을 뿐이다.

이에 비해 박주영은 K리그 30경기에서 18골 4도움을 기록할 정도로 데뷔 첫해 빼어난 성적을 올리며 적응을 마쳤다.

박주영에게 이번 해외전지훈련은 ‘보약’이 됐을 것이다. 유럽 선수들과 어떻게 맞서야 할지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다. ‘몸싸움을 피한다’ ‘얌전하고 소극적이다’ 등의 지적은 다 맞는 말이다. 박주영은 메시의 폭넓은 움직임과 저돌적인 플레이를 배워야 한다. 박주영의 체구(182cm, 72kg)는 동갑내기인 독일대표팀의 루카스 포돌스키(21·쾰른·178cm, 75kg)나 잉글랜드의 웨인 루니(21·맨체스터 유나이티드·181cm, 78kg)에 비해서 결코 밀리지 않는다.

박주영은 누가 뭐래도 ‘한국 최고의 킬러’임에 틀림없다. 그는 상대 골문 앞에서 늘 득점 위치에 있다. 그만큼 위치 선정 능력이 빼어나고 골 결정력도 뛰어나다. ‘홈런 볼’이나 ‘똥볼’을 거의 날리지 않는다. 1일 앙골라전에서 득점으로 그 능력을 보여준 게 좋은 예다. 그는 지난해 청소년선수권대회를 마치고 “세계무대가 높지만 그렇게 대단한 것 같지는 않았다.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렇다. 그는 그럴 능력이 충분히 있다.

우리 모두 박주영에게 더 큰 박수를 보내 주자. 그가 다시 일어서야 한국축구가 살 수 있다. 그는 한국축구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김화성 스포츠전문기자 mar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