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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車, 판매사원에 “기아 ‘로체’ 비방 절대금지”

입력 | 2006-03-03 03:06:00


기아자동차의 중형 세단 로체가 ‘플랫폼’ 논란에 휩싸였다. 로체의 플랫폼이 현대자동차의 아반떼 XD 후속 모델(프로젝트명 HD)의 플랫폼을 확장한 것이라는 소문 때문이다. 준중형차인 HD는 로체보다 한 등급 아래 모델이다.

인터넷을 중심으로 떠돌고 있는 이런 논란에 대해 기아차는 최근 언론사에 참고자료를 배포하며 ‘불 끄기’에 나섰지만 논란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로체 판매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플랫폼은 차대와 엔진, 변속기 및 이들을 연결하는 섀시 등 자동차의 ‘뼈대’가 되는 부분이다. 자동차의 성능과 크기, 실내공간을 결정하는 기본 구조인 셈이다.

기아차 측은 최근 배포한 자료에서 로체의 축거(앞뒤 바퀴축 사이의 거리)가 2720mm이고 HD는 2650mm라는 수치를 예로 들며 “범퍼 길이를 늘려 외관을 키우는 것은 가능하지만 기술적으로 윤거(양 바퀴 사이의 거리)와 축거를 결정하는 플랫폼은 한번 개발하면 고정돼 확장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기아차는 특히 같은 현대·기아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차의 일부 판매 사원들이 소문을 근거로 로체를 깎아내리고 있다면서 불만을 갖고 있다.

이 때문인지 지난해 말 현대차는 판매사원들에게 “회사에서 공식적으로 송부한 교육자료 이외에 로체를 비방하거나 조작된 수치의 자료는 배포 금지한다”는 공문을 내려 보냈다. 판매 일선에 경쟁 차종의 단점을 언급하지 말라는 공문이 나간 것은 이례적이다.

그러자 이번에는 현대차 판매망이 반발하고 나섰다.

한 판매사원은 “전쟁터인 영업 현장에서 상대방 차와 우리 차를 비교해서 더 좋다고 말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그룹 차원에서는 현대차나 기아차 어느 쪽을 팔아도 차이가 없겠지만 우리한테는 엄연히 다르다”고 주장했다. 현대차 본사의 한 관계자도 “로체의 플랫폼은 HD의 플랫폼을 확장해 쓴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같은 그룹 소속이지만 여전히 ‘화학적 결합’을 잘 이루지 못하고 있다. 일선은 물론 본사 차원에서도 정보 공유나 협조가 깔끔하게 되지 않아 ‘엇박자’인 사례가 심심찮게 눈에 띈다. 특히 판매나 홍보 등 기업 이미지에 영향이 큰 분야에서 양사 간 조율이 원활히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그룹 내에서도 적지 않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