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교통부는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청 공무원들이 아파트를 특혜로 공급받을 수 있도록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을 고쳤다. 국가유공자, 장애인, 철거민 등 특별분양 대상자에 이들 공무원을 끼워 넣은 것이다.
더구나 건설청 공무원에게는 다른 특별분양 대상자와는 달리 무주택 요건과 평형 제한도 두지 않았다. 다른 곳에 집이 있고, 청약통장이 없어도 충남 연기 공주나 인접 도시의 중대형 아파트를 또 분양받을 수 있게 한 것이다. 새 규칙이 국무회의에서 확정됐기 때문에 형식적으로는 합법일지라도 청약통장 하나 쥐고 있는 무주택 서민들의 눈에는 ‘몰상식한 합법, 사실상의 불법’으로 비칠 것이다.
건교부는 “건설청 공무원은 국가의 결정에 따라 강제 이주하는 것과 마찬가지여서 특혜가 아니라 정당한 보상”이라고 주장했다. 특별분양 대상 공무원이 100여 명에 불과하다는 설명도 했다. 전근(轉勤)을 ‘강제 이주’라고 뻥튀기고, 이를 아파트 분양과 연결시킨 논리도 해괴하지만 이 특별분양이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는 점이 더 문제다.
정부는 많은 중앙부처를 행정도시로, 176개 공기업은 각 지방으로 이전시킬 계획이다. 이들 기관의 직원이 건설청 직원과 같은 특혜를 요구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만약 이들 모두에게 아파트를 특별분양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정부가 이번에 의도적으로 선례를 만든 것이라면 그 파장은 더욱 만만치 않을 것이다. 정권 차원에서 대대적인 ‘관민(官民) 양극화’를 시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건교부는 경기 성남시 판교신도시 분양을 앞두고 투기를 막기 위해 분양조건을 엄격하게 제한했다. 무주택자 위주의 공급이 정착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건교부는 청약통장 등을 거래하다 적발되면 주택법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된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그러면서 ‘공무원 특혜분양’의 길을 텄다. 민(民)은 세금으로 공무원 뒷바라지하는 것도 모자라 아파트 분양 기회마저 헌납해야 하는 나라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