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불법감청(도청) 사건과 관련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임동원(林東源) 신건(辛建) 전 국정원장에 대한 공판에서 김대중(金大中) 정부 시절 김 전 대통령 주변 인물들에 대해서도 광범위한 도청이 이뤄졌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장성원·張誠元) 심리로 열린 속행 공판에서 증인으로 나온 국정원 전 간부 박모 씨는 “국민의 정부 시절인 1999년 말부터 6개월에 걸쳐 김 전 대통령의 주변 인물들에 대해 광범위한 도청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날 공판에서는 천용택(千容宅) 전 국정원장이 1999년 원장 재직 당시 감청부서인 과학보안국 산하 유선전화 감청팀(R-2팀)을 찾아 도청 통화 내용을 직접 들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국정원 전 간부 김모 씨는 “이전 국정원장들도 도청 관행을 잘 알고 있었느냐”는 검찰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김 씨는 유선중계통신망 감청장비인 R-2를 담당하면서 국내 주요 인사의 전화번호를 R-2에 저장, 관리, 감청하는 업무를 맡았다고 밝혔다.
김 씨는 “정치인과 언론인 등 주요 인사의 전화번호를 하루에 2, 3명씩 R-2에 입력했다”며 “천 씨가 원장으로 있던 시절 가장 많은 전화번호가 이 장비에 입력됐다”고 말했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