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아앙” “꺅, 아앙.”
아침마다 곳곳에서 아이들 울음소리가 터져 나온다. 다름 아닌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개학 시즌이기 때문이다. 승민이가 다니는 어린이집도 예외는 아니어서 새로 들어온 어린아이들이 엄마와 떨어지지 않으려고 해 등원길이 소란스럽다.
어린이집 현관문을 바라보며 한 아이가 울면 다른 아이들도 덩달아 울어 금세 울음바다가 된다. 서럽게 우는 아이, 자지러지게 우는 아이, 발을 동동 구르며 엄마를 부르는 아이들을 달래느라 교사도 쩔쩔맨다.
지금은 웃으며 이 시절을 회고하지만 지난해 여름, 승민이를 처음 어린이집에 보낼 땐 우리도 아침마다 이런 일을 겪었다. 가기 싫다고 떼쓰는 승민이를 어르고 달래서 겨우 어린이집에 데리다 놓으면 승민이는 내 바지를 붙잡고 매달리며 울었다. 아내는 직장에 가서도 승민이의 우는 얼굴이 아른거려 일손이 잡히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길어야 한 달이었다. 지금 승민이는 어린이집 가기를 좋아한다.
아이들이 보육시설에 들어가게 되면 엄마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엄마와 떨어져 본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아이들이 불안해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엄마가 어느 시간이 지나면 돌아오는 것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면서 이러한 불안증세는 대개 보름에서 한 달 정도 지나면 좋아진다. 하지만 분리불안이 한 달 이상 지속되면 이를 분리불안장애라고 부른다.
분리불안장애는 보통 부모와 자녀 사이에 애착형성이 불안정할수록 심하게 나타난다. 이때는 아이를 억지로 떼어 놓으려 해선 안 되고, 부모와 안정된 애착을 맺기 위해 노력하는 게 우선이다. 깔깔 웃으면서 아이와 신나는 놀이를 같이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일관성이 있는 태도로 아이에게 대하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는 승민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기로 결정할 때 이런 저런 걱정이 많았다. 혹시 보육시설에 맡기면 아이가 엄마로부터 버림받았다는 느낌에 상처를 받는 것은 아닐까? 성장발달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닐까?
그런데 미국연방아동보건인간개발연구소(NICHD)가 1300여 명의 아동을 대상으로 조사해 얻은 결론은 엄마가 직장에 출근해 아이들을 다른 사람에게 맡겨도 아이들은 정서적인 상처를 받지 않는다고 한다. 엄마와의 애착 정도는 누가 돌보느냐보다는 엄마가 아기의 요구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이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