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가운데)이 5일 이해찬 국무총리의 부적절한 골프 파문에 이은 거취 표명과 관련해 서울 영등포구 중앙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이종승 기자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은 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중앙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치인과 공직자는 물 양동이를 머리에 이고 가는 심정으로 국민을 섬기고 매사에 조심해야 한다”며 이해찬 국무총리의 3·1절 골프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정 의장은 “이 총리가 그동안 고심을 많이 한 걸로 안다. (거취를 밝히겠다는 발언은) 이 총리가 국민 앞에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라고 말해 이 총리의 발언을 ‘사의 표명’으로 기정사실화하기도 했다.
정 의장은 이 총리의 3·1절 골프가 언론에 보도된 직후인 3일 열린우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도 “공직자와 정치인이 모두 자숙해야 할 시기”라며 이 총리를 압박한 바 있다.
정 의장이 이처럼 이 총리 ‘문제’를 강하게 지적한 것은 이번 골프 파문이 지방선거에서 최대의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당내의 불만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이 총리의 즉각적인 사퇴를 촉구했다.
한나라당 이재오(李在五) 원내대표는 5일 서울 강서구 염창동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열린우리당이 현재 (해임건의안을 저지할 수 있는) 국회 과반수가 안 된다는 것을 노무현 대통령이 잘 알고 있어야 한다”며 “이 총리를 사퇴시키지 않으면 다른 야당과 함께 해임건의안을 낼 것”이라고 여권을 압박했다.
같은 당 이계진(李季振)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이 총리가 의원직도 사퇴할 것을 요구했다. 이 대변인은 “이 총리는 골프를 같이 친 기업인들의 신상명세와 과거의 골프 전력 등에 대해서도 사실 여부를 모두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이상열(李相烈) 대변인도 이날 성명을 내고 “이 총리는 스스로 총리직을 그만두고 대통령은 해외 순방 이전에 즉각 이 총리를 해임하라”고 밝혔다.
민주노동당 박용진(朴用鎭) 대변인은 이날 본보와의 통화에서 “이 총리의 이번 골프는 부적절했지만 해임 여부는 국정능력과 정책사무 측면에서 논의돼야 한다. 골프는 지엽말단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박 대변인은 이후 공식 논평에서 “이 총리 해임에 대해 논의할지를 6일 최고위원회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한나라당 이 원내대표는 성추행 사건으로 한나라당을 탈당한 최연희(崔鉛熙) 의원의 의원직 사퇴 문제와 관련해 “최 의원이 탈당했다고 해서 당이 책임을 다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당 차원에서 계속 사퇴를 권유할 방침임을 밝혔다.
이 원내대표는 “이미 최 의원에 대해 공개적으로 의원직을 사퇴하라는 입장을 밝혔고 자택도 다녀왔다”며 “이런 것을 당의 의지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