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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Design]로봇 디자인은 KAIST… 디자인 엔지니어 양성

입력 | 2006-03-06 03:00:00

KAIST 산업디자인학과와 기계공학과에서 제작한 국내 최초의 인간형 로봇 ‘휴보’. 산업디자인학과는 외관 외에도 모터 컨트롤러 등 주요 부품의 위치를 정했다. 사진 제공 KAIST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도 산업디자인학과가 있다.’

많은 사람이 고개를 갸우뚱하지만 KAIST 산업디자인학과는 역사가 20여 년에 이른다. 공대에 소속된 산업디자인학과는 정원이 35명으로 다른 대학의 디자인 계열에 비해 적지만 이공계 대학 특성을 활용해 차별화된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KAIST 디자인 교육의 목표는 엔지니어링 마인드를 갖춘 디자이너 양성. 미적 감각과 기술 감각을 겸비한 디자이너를 배출하겠다는 것이다.

KAIST 산업디자인학과는 공대의 다른 학과들처럼 랩 기반 시스템(lab based system)으로 운영되며 9개의 랩이 있다.

교육의 특징은 ‘인간중심 인터랙션 디자인’ ‘디자인경영’ ‘제품·환경체계’ ‘협동 및 인터랙션 디자인’ 등 디자인을 공학이나 경영학에 접목시켰다는 점이다.

학과장인 이건표 교수는 “다른 대학들이 MP3 플레이어의 모양을 디자인하는 전통적인 개념의 디자이너를 양성한다면 KAIST는 MP3 플레이어에서 음악 검색 방식을 버튼으로 할지, 바퀴 모양의 ‘조그 디스크’로 할지를 고안하는 이들을 길러 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KAIST 출신 디자이너들은 기업체의 디자인 부서보다 기술 관련 부서에서 더 많이 활동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차세대 가전제품 연구팀과 신사업연구팀, 삼성종합기술원 인터랙션랩에 졸업생들이 다수 진출해 있다. 사안을 종합적으로 보는 디자인 경영 감각을 익혀 외국계 컨설팅사의 컨설턴트와 변리사로 활동하는 사람도 많다.

연구 및 산학 연계 프로젝트에서 KAIST 산업디자인학과의 특징은 당장 사용할 수 있는 제품보다 차세대 제품 기술과 디자인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로봇 관련 기술 및 디자인 연구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휴고 로봇 개발 프로젝트’ ‘커뮤니케이션 인텔리전스 로봇 콘셉트 개발’ ‘학습 보조 및 교사 도우미 로봇 디자인’ 등이 이 학교가 참여한 로봇 관련 프로젝트들이다.

이 학교는 2003년부터 미국 카네기멜론대, 네덜란드 델프트공대, 홍콩 폴리테크닉대, 인도공과대 등 10개 해외 대학의 산업디자인학과와 자매 결연도 맺었다.

또 올해 1월 한국 대학으로는 처음으로 유럽의 95개 디자인 대학이 결성한 연합체 ‘큐물러스(Cumulus)’에 참여해 국제 교류 활동도 활발하게 펼칠 예정이다.

남택진 교수는 “현재 대학원 강의만 40%를 영어로 진행하고 있으나 앞으로는 외국인 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해 학부에서도 영어 강의를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KAIST 산업디자인학과 출신으로는 LG전자 LSR연구소의 이철배 소장, 모바일 콘텐츠 제작업체인 스미스앤모바일의 신지형 대표, 온라인 게임인 ‘마비노기’를 개발한 김동건 넥슨 팀장, 노키아의 정영희, 모토로라의 김희선 디자이너 등이 있다.

대전=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