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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이해찬 골프 ‘거짓말 행진’ 뭘 숨기고 있나

입력 | 2006-03-07 03:09:00


이해찬 총리의 ‘3·1절 골프’ 주최자와 동참자를 놓고 거짓말과 은폐 행진이 벌어지고 있다. 당초 총리실은 부산상공회의소 회장단과 상견례를 겸해서 지역경제 활성화를 논의하는 모임이었다고 해명했다. 사실이라면 주최자를 거짓으로 둘러대거나 참석자 명단을 숨길 필요가 없었다.

부산상공회의소 S 회장은 이 총리가 부산에 오는 줄도 모르고 있다가 긴급 연락을 받고 참석했다고 한다. 나중에 논란이 일자 ‘S 씨와 부산지역 상공인 일동’ 명의로 이 골프모임이 두 달 전부터 계획된 것이라는 해명서가 언론사에 뿌려졌지만 석연치 않다.

골프모임에는 이기우 교육인적자원부 차관과 Y기업 Y 회장이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총리는 2004년 4·15총선 직전 Y 회장의 장남으로부터 정치자금을 기부받기도 했다. Y 회장은 이 총리와 같은 팀에서 골프를 쳤다는 골프장 직원들의 목격담이 나오고 있지만 참석자들의 진술은 오락가락한다. ‘3·1절 골프’ 다음 날 Y기업은 가격담합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35억 원을 부과당하고 검찰에 고발됐다.

이 차관은 이 총리가 교육부 장관일 때 국장으로 있다가 교직원공제회 이사장으로 나갔고 이 총리 취임 후 비서실장으로 발탁된 측근이다. 교직원공제회는 작년부터 Y기업 지분을 매입해 현재 7.96%를 보유하고 있다. 이기우 이사장의 후임 김평수 이사장 때 이루어진 일이다. 김 이사장도 이해찬 교육부 장관 밑에서 경기도 부교육감을 지냈다. 연금기금이나 공제회는 거액 투자를 하면서도 경영권을 위협하지 않기 때문에 기업들에는 자금난을 덜어주고 경영권을 지켜주는 ‘우군(友軍)’이 되기도 한다.

골프 모임에서 이 총리와 함께 어울린 사람들은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 인맥과도 통하는 지역 상공인이거나 이 총리와 직간접적으로 연고가 있는 교육관계 인사들이다. 공직자 윤리 차원뿐만 아니라 골프 모임의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위해서도 비용을 누가 댔는지는 중요하다. 이런 의문에 대해 총리 측은 함구하고 있다.

이 총리의 사퇴와는 별개로 ‘3·1절 골프’에는 진상이 밝혀져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