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이용덕 씨가 3일 마카오 예술박물관에서 개막된 자신의 조소전을 찾아온 관람객들에게 작품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표화랑
3일 중국 마카오 특별행정구에 자리한 국립 마카오예술박물관에서 ‘그림자의 깊이’란 제목 아래 조소 작품 28점을 선보인 한국 작가 이용덕(47·서울대 교수) 씨의 개인전. 이날 개막식을 찾은 마카오 행정기관 민정총서(民政總署)관리위의 단웨이원 부주석 등 초대 인사들과 일반 관람객들은 유난히 즐거운 표정이었다. 이들은 그저 눈으로만 보는 게 아니라 앞으로 뒤로, 이리저리 걸음을 옮겨가며 작품을 관람하면서 신기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유인즉 이렇다. 얼핏 보기엔 이 씨의 작품은 우리가 늘 접하는 일반적인 조각과 별반 다를 바 없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뭔가 다르다. 오목렌즈처럼 속을 움푹 파 들어간 독특한 음각 형태에 조명과 그림자를 이용해 시각적인 착시 효과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안으로 푹 들어갔는데 볼록하게 나와 보이고, 분명 멈춰 있는데 사람이 이동하면 조각의 시선과 몸도 관람객을 따라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준다. 관람객들은 “활동사진 같다”, “재미있다”며 감탄을 연발했다.
작가는 음과 양, 허와 실, 현실과 환각이 뒤섞인 작품을 통해 ‘눈으로 보는 것은 다 믿어야 하는가’, ‘우리가 보는 것이 다 진짜인가’ 등의 화두를 던진다. 5월 28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지난해 12월 중국 베이징 중국미술관에서 열린 초대전에 이은 순회전. 베이징 미술관은 전시회를 마친 뒤 이 씨의 작품 2점을 구입했다.
마카오 시내 곳곳엔 전시회를 알리는 포스터와 현수막이 걸려 있고 현지 신문에선 리뷰기사를 싣는 등 이번 전시를 통해 중국에서 불고 있는 ‘미술 한류(韓流)’ 바람이 피부에 와닿았다. 실제로 중국의 상하이 아트페어 등에서 한국 작가들의 작품이 인기를 모았으며 최근 들어 홍콩 크리스티와 소더비 경매에서도 최소영 김동유 등 젊은 작가들의 작품 판매가 호조를 이어가고 있다.
중국이 한국 현대미술에 관심을 보이는 까닭은 무엇일까. 웅베이밍 마카오 예술박물관장은 “한국이 중국보다 현대 미술을 앞서 접한 만큼 작품이 훨씬 다양하고 성숙하다”며 중국과 차별화되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또 드라마 ‘대장금’ 등이 인기를 모으면서 중국인들이 한국적 삶의 양식에 익숙해지고, 더불어 한국 작가의 작품에 대한 관심과 공감도 커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발맞춰 국내 화랑들도 중국 진출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7월 베이징 다산쯔 예술단지에 대안적인 예술공간 이음이 진출했고 12월 베이징 주창 예술특구에선 아라리오 갤러리가 아라리오 베이징의 문을 열었다. 이번 마카오 전시를 협찬한 표화랑의 경우 18일 주창 예술특구에 표베이징을 오픈한다. 10일 갤러리 문(대표 박철희)도 베이징에서 개관한다.
중국에서의 ‘미술 한류’가 관심을 모으는 것은 세계가 중국을 21세기 미술시장의 격전지로 주목하기 때문이다. 표화랑의 표미선 대표는 “지금은 중국 내 미술 한류의 도약기로 볼 수 있다”며 “국내 작가의 작품을 알리는 일은 1, 2년 안에 이뤄지지 않는 만큼 중국 현지 화랑을 활용해 국내 작가들을 국제적으로 알리는 전진기지로 삼겠다”고 밝혔다.
마카오=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