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서는 3·1절 골프 파문과 관련해 사실상 사의를 표명한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의 사퇴를 기정사실화하는 가운데 벌써부터 후임 인선이 거론되고 있다.
후임으로는 전윤철(田允喆) 감사원장, 열린우리당 김혁규(金爀珪) 최고위원이 거론된다.
전 감사원장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호흡이 상당히 잘 맞는다는 평을 받고 있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전 핏대’라는 별명대로 강단이 있고 경제 관료 출신이어서 내각을 장악하는 데에도 별문제가 없다는 것.
열린우리당의 한 친노(親盧) 직계 의원은 “전 원장은 여러 가지 면에서 노 대통령이 아주 좋아한다. 다만 임기가 1년쯤 남았을 즈음에 마무리 총리로 적임자인데 상황이 급변해서 어떨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김 최고위원은 2004년 6월 당시 총리 후보로 낙점됐다가 이 총리로 뒤바뀐 적이 있어 노 대통령이 이번에는 김 최고위원에게 진 빚을 갚으려 하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나온다.
하지만 열린우리당 내에서는 “5·31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 중립 논란을 불러일으킬 정치인 총리를 기용하긴 어렵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많다.
한편 한나라당은 이날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의 당 소속 의원 전원 명의로 “현역 국회의원이기도 한 이 총리의 부적절한 골프는 국회의원 윤리강령 및 윤리실천 규범을 위반한 것”이라며 이 총리를 윤리특위에 제소했다.
한나라당 김재원(金在原) 기획위원장은 “이 총리와 함께 골프를 친 인사들은 모두 부산시장 선거에 출마할 예정인 오거돈(吳巨敦) 해양수산부 장관의 친형과 가까운 사람들”이라며 “분명히 오 장관의 선거 대책을 논의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열린우리당 염동연(廉東淵)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축구에 비유한다면 정부는 수비를 하는 입장인데 너무 수비를 과격하게 하다 보니까 ‘페널티킥’을 먹는 게 아니겠느냐”며 평소 이 총리의 뻣뻣한 태도가 지금의 사태를 자초했다고 지적했다.
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