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 폭탄테러 사건과 이라크 포로 학대 파문, 그리고 ‘개똥녀’ 사건의 공통점은? 앞의 두 사건은 이슬람과 서방 세계의 갈등이라는 차원에서 쉽게 연관성이 발견되지만 ‘개똥녀’ 사건은 이들과 어떤 관련을 가질까?
이들 모두는 생생한 시각적 자료와 함께 사람들의 마음에 각인된 사건이면서 그 시각적 자료가 전문 언론인이 아닌 일반인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이른바 이용자 생산 콘텐츠(UGC·User Generated Contents)가 중요한 역할을 한 사건들이다.
‘개똥녀’ 사건은 공공장소의 사소한 해프닝이 디지털 카메라나 인터넷과 결합되어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사건으로 발전될 수 있음을 보여 준 경우다. 심각성에는 차이가 있지만 이라크 수감자 학대 파문 역시 학대 당사자인 미군들이 디카를 이용해 기념으로 찍어둔 사진이 CD와 인터넷을 통해 유출되어 세계적 사건으로 비화됐다. 런던 폭탄테러 사건은 이용자 생산 콘텐츠의 긍정적 측면을 극적으로 부각시킨 사례다. 전 세계 사람들에게 어두운 지하철 터널의 공포를 사실감 있게 전한 것도, 피로 범벅된 망연자실한 희생자의 모습을 클로즈업한 것도 UGC였다.
이용자 생산 콘텐츠 또는 이용자 생산 미디어(UGM·User Generated Media)의 대두는 미디어 시스템의 진화라는 긍정적 측면에서 해석되기도 하지만 적지 않은 문제점도 있다. 먼저 ‘개똥녀’ 사건에서와 같이 명예훼손이나 초상권 침해와 같은 법률적 문제를 발생시킬 소지가 다분하다.
콘텐츠의 신뢰성도 문제다. 최근 가짜 지하철 결혼식 파문은 UGC의 조작 가능성을 잘 보여 주는 예다. 런던 폭탄테러와 같이 UGC는 즉시성이라는 장점이 있으나 그 진위를 파악하는 데 적지 않은 노력과 시간이 요구된다. 이런 이유로 UGM을 저널리즘 기능을 수행하는 대안적 미디어로 보는 데는 무리가 있다. 소비자들의 자발적 참여로 만들어진 상향식 풀뿌리 네트워크에 기반한 UGM의 실용적 가치는 저널리즘보다 온라인 마케팅 분야에서 더욱 돋보인다.
세계적 언론재벌인 루퍼트 머독의 뉴스코퍼레이션 사가 지난해 거금 5억8000만 달러(약 5800억 원)에 미국의 대표적 UGM 사이트인 마이스페이스닷컴의 경영권을 인수한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많은 기업이 마케팅 도구로서의 UGM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UGM 이용자들은 충성도가 높고 네트워크로 연결돼 있어 특정 상품에 대한 입소문 효과를 내기 쉽기 때문이다.
최근 일본 손정의 씨의 소프트뱅크가 우리나라의 UGM인 오마이뉴스에 1100만 달러를 투자한다는 발표가 있었다. 서로 각별한 친분을 갖고 있다는 미디어업계의 거물 머독과 손정의, 두 사람의 유사한 행보가 흥미롭다.
안민호 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