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조각가 구본주의 작품 ‘아빠의 청춘’이 지역 주민들의 항의로 미술관 밖에서 안으로 철거되는 소동이 빚어졌다.
서울 종로구 가회동 북촌미술관은 개관 1주년 기념으로 구본주, 그와 절친했던 성동훈, 최태훈의 조각작품을 모아 ‘삼인행(三人行·8일∼4월 28일)’전을 마련했다. 이에 앞서 5일 미술관 밖에 구본주의 ‘아빠의 청춘(2000년)’을 브론즈로 뜬 조각(사진)을 설치한 것이 문제의 발단이었다.
원래 이 작품은 술을 얼큰하게 마시고 벽에 기대 볼일을 보는 아버지의 모습을 담은 목조각품. 이번 전시회를 위해 부인 전미영 씨가 브론즈로 뜬 작품을 미술관 입구에 설치했는데 미술관 건너편에 있는 재동초등학교의 일부 학부모와 지역 주민들이 이 작품의 성기 노출을 이유로 철거를 요구한 것이다.
큐레이터 박성원 씨는 “아빠의 청춘은 작가가 외환위기 이후 삶에 찌들고 지친 아버지의 피곤한 일상을 상징한 작품”이라며 “환경조각물이란 개념에서 설치한 작품이라고 설득했으나 학부모와 지역 주민들이 아이들 교육에 유해한 환경물이라고 강하게 반발하는 바람에 7일 철거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2003년 37세 나이로 타계한 구본주는, 고인에게 일용노동직 기준을 적용하려 했던 보험사와 유가족 사이에 소송이 벌어지면서 예술가의 지위에 대한 사회적인 반향을 불러일으킨 작가이기도 하다.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