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옳은 말을 할 자유가 없는 것 같습니다. 저는 최근 어떤 신문에 대통령과 정부를 비난하는 글을 썼다고 해서 칼럼이 중지 당했고 공개 대중강연에서 똑같은 일을 했다고 해서 정부요원이 뒷조사를 하는가 하면 결국에는 이 방송도 그만두라고 합니다.”
1995년 3월 8일 오전 9시 10분.
KBS2라디오 ‘안녕하세요 김홍신 김수미입니다’의 진행자인 작가 김홍신(金洪信·전 국회의원) 씨는 방송 도중 느닷없이 “대통령과 정부를 비판했다는 것 때문에 방송을 그만두게 됐다”는 요지의 원고를 읽어 내려갔다.
‘계획된 방송사고’에 프로그램 담당 PD 등 KBS 관계자들은 사색이 됐다. 자신의 말대로 김 씨는 이튿날부터 방송을 중단했고 적지 않은 파문이 일었다.
당시 상황을 김 씨는 6일 본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부산 국제신문에 약 1년간 칼럼을 연재했죠. 처음엔 원고지 8장짜리로 시작했는데 반응이 좋아 나중에는 20장으로 한 면을 썼어요. 그 당시는 그야말로 격변기였습니다. 눈만 뜨면 사건 사고가 나는 거예요. 여당인 민자당은 국회에서 날치기하고 아주 어수선한 시기였죠.”
김 씨는 김영삼(金泳三) 당시 대통령과 정부를 비판하는 글을 자주 썼다. 그런데 칼럼이 연재되던 부산이 어딘가. YS의 정치 근거지였다.
“얘기를 들으니 YS의 아버님께서 청와대에 ‘한번 읽어 보라’고 내 칼럼을 전해주고 이를 본 YS가 대로했다더군요. 그리고는 방송 중단 외압이 들어왔죠. 원고도 안기부 부산지역 책임자 관리하에 계속 수정되어 나갑디다. 참다 참다 가만히 있을 수 없었죠.”
이 사건으로 놀란 KBS는 보름 뒤 방송 진행자가 해당 프로그램 내용과 직접 관련이 없는 신상발언을 할 때에는 방송을 중단하고 음악 등 다른 프로를 방송하기로 급히 결정했다.
김 씨는 이보다 앞서 1990년에도 ‘사고’를 친 적이 있다. KBS 라디오서울 ‘라디오매거진’을 진행할 때였다.
방송 직전 KBS 노조원들이 경찰에게 맞아 피투성이가 되는 걸 보고 “아직도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게 서글프다. 대한민국이 민주국가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고 방송에서 분개했다. 다음 날 바로 출연 금지를 당했다.
김 씨에게 물었다. “왜 두 번씩이나 그랬느냐”고.
그가 답했다. “진실이 묻히니까요.”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