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치료의 고통보다 더 두려운 건 외로움이었어요.”
‘암 환자’이면서 암 치료의 가능성을 연 미국 존스홉킨스대 의대 김정환(金廷桓·30·사진) 박사는 7일 “누구보다 암 환자의 심정을 잘 이해한다는 생각에서 연구에 몰두했다”고 말했다.
김 박사의 연구 결과는 7일(현지 시간) 세계적 과학저널인 ‘셀’의 자매지인 ‘셀 메타볼리즘’ 3월호의 커버스토리로 게재됐다.
암 치료에 응용될 수 있는 ‘저(低)산소 상태에서 세포가 적응하는 메커니즘’이 나오기까지 김 박사의 삶은 인조 뼈를 심고, 암과 사투를 벌이는 험난한 행로였다.
건강에 문제가 생긴 건 중학교 1학년 때.
“공을 던지는데 팔이 아파서 병원에 갔더니 연골종(연골에 생기는 양성 종양)이라는 거예요. 팔꿈치에서 어깨까지 인조 뼈를 집어넣었어요. 그 뒤로도 손과 팔에 난 양성 종양을 없애는 수술도 서너 차례 받아야 했고요.”
이건 시련의 시작에 불과했다. 건국대 3학년 때 견갑골(팔 기능을 관장하는 등 쪽의 뼈)에 암이 생긴 것. 견갑골의 대부분을 수술로 떼어 내야 했고 그 후유증으로 오른팔 기능을 대부분 잃었다. 그나마 초기에 발견해 지금은 1년에 한 번 정기검사를 받으면 될 정도로 좋아졌다. 5년 이상 재발하지 않았으니 의학적으로는 ‘완치’된 셈이다.
암 수술을 받은 뒤 어린 시절부터 키워 왔던 수의사의 꿈을 접었다.
김 박사는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같은 병실에서 암으로 고통 받는 수많은 사람을 보면서 암의 원인을 밝혀내는 기초 연구에 일생을 바치기로 결심했다”며 “이번 연구 성과는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저산소 상태에서 활동에너지(ATP)를 만드는 단백질 ‘HIF-1’이 독성물질인 활성산소를 만드는 미토콘드리아의 작용도 억제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혀냈다.
일반적으로 암세포는 산소가 부족한 상태에 있다. 따라서 ‘HIF-1’에 의한 미토콘드리아 억제 메커니즘을 방해하는 물질을 이용하면 저산소 상태의 암세포를 선별해 죽일 수 있다는 것.
“많은 암 환자가 자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것, 많은 연구자가 실험실에서 함께 싸우고 있다는 걸 알아주었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한결 이겨내기 쉬울 겁니다.”
서태원(徐泰源) 전 국회의원의 외손자인 김 박사는 건국대 수의학과 수석 졸업, 수의사 국가고시 수석 합격이라는 영예에도 불구하고 암 치료 연구를 위해 진로를 바꿨다.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