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여부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쏠려 있는 가운데 미국 행정부가 이란의 핵 포기를 겨냥해 무력사용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전방위 압박을 가하고 나섰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7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회담을 마친 뒤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이란이 자국 영토 내에서 어떤 형태로든지 핵연료 농축을 시도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라이스 장관은 "유엔 안보리에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검토하고 있다"면서 "미국은 이란 영토 내에서의 핵 농축과 재처리를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확인해왔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아직은 이란이 기존의 태도를 바꿀 시간적 여유가 있다"고 외교적 해결 가능성은 열어 놓았다.
딕 체니 부통령도 이날 "이란 정부가 현재의 노선을 유지한다면 국제사회는 '의미 있는 결과'를 부과할 준비가 돼 있다"고 압박했다.
체니 부통령은 "과거에 미국은 지금 당장 군사력을 사용할 의도가 없다고 말해 왔지만 지금은 그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란 정부가 핵 야망으로 세계를 무시하고 있지만 핵무기를 보유하도록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란 핵 문제가 조만간 안보리에 회부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러시아가 이란이 자국 내에서 핵연료를 농축하도록 허용하는 새로운 제안을 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를 부인하며 미국과 공동보조를 취했다.
미 행정부의 압박 공세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6일 개막된 국제원자력기구(IAEA) 이사회에서 유럽연합(EU) 협상대표인 독일, 프랑스, 영국이 향후 10년간 이란의 모든 우라늄 농축 활동 중단을 제안한데 대해 이란이 '2년간 유예안'을 제시한 뒤 나온 것이다.
IAEA 특별이사회는 지난달 4일 이란 핵문제의 안보리 회부를 결정했다. 그러나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이 IAEA 최종 보고서가 나올 때까지 제재 방안 논의를 연기하기로 합의한 만큼 8일 IAEA 이사회에 제출될 최종 보고서의 내용이 주목된다.
현재 협상 타결의 관건 중 하나는 이란에 대한 연구 목적의 소규모 우라늄 농축 허용여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미국과 러시아, 유럽 국가들의 대 이란 제재에 따른 이해관계가 서로 다른 만큼 안보리 제재 결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따라서 극적인 외교적 타결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다시 이란에 최종 결정을 위한 유예기간을 주며 접점을 찾으려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워싱턴=권순택특파원 maypo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