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권은 국정수행 능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을 때마다 도덕성(道德性)만은 과거 정권들보다 훨씬 높다고 강조했다. 도덕성이 정권의 기반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3·1절 골프를 계기로 드러나고 있는 이해찬 국무총리의 행적은 도덕성이라는 말을 무색하게 한다.
실세(實勢) 총리와 골프를 치고 총리공관에 초대받아 식사를 한 기업인 가운데 Y기업 대표 Y 씨는 주가 조작으로 실형(實刑)을 살았던 전력이 있고, 담합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공무원의 모범이 돼야 할 총리가 정치자금 수수와 ‘공사(公私)가 불분명한 교제’에 청탁(淸濁)을 가리지 않았다. 하위직 공무원들에게는 향응을 받지 말라고 하면서 총리는 기본적인 공직자 행동강령조차 지키지 않았다.
한국교직원공제회가 Y기업 주식을 매입한 과정도 의혹투성이다. 교직원공제회가 주식을 매입할 때마다 Y기업 주가는 뛰었다. 교직원공제회가 주가 조작으로 처벌받은 회사에 투자한 것도 상식 밖이다. 과연 이런 일들이 이 총리의 ‘교육부 커넥션’과 무관하다고 할 수 있나.
이병완 대통령비서실장은 정치 일정과 국정 운영을 고려할 때 총리 교체가 쉽지 않다며 ‘이해찬 구하기’에 나섰다. 이 실장은 로비 시도가 없었다고 했지만 포괄적 행정권한을 가진 총리가 공정위 조사를 받고 있는 기업 대표와 ‘부적절한 관계’를 지속해 온 것만으로도 문제가 된다. 국민과 공무원사회의 신뢰를 잃은 총리로는 정상적인 국정 운영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 총리는 산불이 나도, 호우가 내려도 골프장에 갔고 3·1절이자 철도파업 첫날에도 ‘석연찮은 관계의 인물들’과 골프를 쳤다. 그러면서 서민을 위한 정치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겉 다르고 속 다른 위선(僞善)이 아니고 무엇인가. 그런데도 이 총리 측이 내놓은 해명은 거짓말 행진이다.
이 비서실장은 지난해 11월 청와대 직원들에게 특강을 하면서 “특히 우리가 자신할 수 있는 부분은 도덕적 하자(瑕疵), 부패, 비리 등에서 완전한 자유를 얻어 가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리를 두고도 ‘도덕성 시비로부터 완전히 자유롭다’고 말할 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