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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못생긴 주인공도 있어야”…이두호화백 만화40년 수필집

입력 | 2006-03-09 03:00:00

40년 만화가 인생을 정리한 수필집 ‘무식하면 용감하다’를 펴낸 이두호 화백. 김윤종 기자


“40년 만화 인생에 ‘바지저고리’ 작가란 별명 하나 얻었어요.”

‘객주’ ‘임꺽정’ ‘개똥벌레 장독대’ 등 역사의식과 민족정서를 투박하면서도 정감어린 그림으로 표현해 온 이두호(63·세종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 화백이 만화 인생 40년을 정리하는 수필집 ‘무식하면 용감하다’를 냈다. 책에는 중학교 2학년 때 첫 만화 ‘피리를 불어라’를 그린 이야기부터 화가에서 만화가로 방향을 바꾼 사연, 캐릭터 생성 과정 등이 담겨 있다.

“바지저고리요? 한국적 정서를 담은 역사물만 그리다 보니 붙은 겁니다. 원래 순수미술(홍익대 서양화과)을 전공했죠. 군대 제대 후에 생계를 위해 만화를 그리다가 10년쯤 지난 뒤 결국 내 길임을 인정하고 어떤 만화가가 될까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답은 ‘역사’였죠.”

데뷔 초기 SF 등 현대물로 인기가 높았던 그는 이후 광대, 백정, 노비, 기생, 화적, 보부상 등 주로 민중에 초점을 맞춘 시대극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처음 ‘독대’를 그렸을 때 독자들이 ‘왜 이렇게 주인공이 못생겼느냐’며 항의했어요. 못생긴 사람이라고 잘 나지 못하란 법 있습니까?(웃음)”

그는 교수가 된 뒤 입시 실기시험에서 석고 데생을 없앴다. 다비드, 아그리파 등 데생의 대상이 되는 서양인 얼굴이 동양인 얼굴의 미와는 전혀 다르기 때문이라는 것. 왜 40년 만화 인생을 반추한 수필 제목이 ‘무식하면 용감하다’일까. 그는 “내 인생을 이끌어 온 신념에 관한 얘기”라고 답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