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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 다이어리]행복해지고 싶다면…‘굿 윌 헌팅’의 메시지

입력 | 2006-03-09 03:01:00


A: 너, 왜 그 남자랑 못 헤어지니?

B: 난 그 남자의 영혼을 봤거든. 그래서 미워할 수가 없어. 그가 무슨 짓을 하든……. 말하자면 연민의 정이지.

A: 그런데, 도대체 영혼이 무엇일까? 어떻게 생겼을까?

B: 육체를 뺀 나머지지. (시인 최영미의 ‘육체와 영혼에 대한 어떤 문답’ 전문)

영혼의 무게를 빗댄 ‘21g’이라는 영화도 있지만, 우리는 이토록 가벼운 영혼의 무게 때문에 온 육신이 한순간에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경험을 한다. 영혼이란 무엇일까, 그리고 행복한 삶을 위한 영혼의 내용은 어떤 것일까. 이런 무거운 질문을 감동적으로 풀어 낸 영화가 있다. 바로 ‘굿 윌 헌팅’(1998년)이다.

스물한 살 윌 헌팅(맷 데이먼)의 직업은 MIT 공대 청소부다. 술 먹고 노는 게 전부고 폭행 사기 전과가 수두룩하다. 그런데 그는 천재였다. 어느 날 교실 바닥 청소를 하다가 칠판에 적힌 수학 문제를 심심풀이 삼아 풀어 놓았는데 이게 그의 인생을 바꾼다.

이 학교 수학과 램보 교수는 윌에게 연구를 같이 하자고 제안한다. 단, 정신과 의사에게 일주일에 한 번씩 치료를 받는 조건이었다. 윌의 두뇌는 천재였지만, 영혼은 불구였다.

그의 내면은 분노뿐이었다. 뛰어난 재능을 가졌지만 인생이 풀리지 않는 것은 자기 탓이 아니라 남 탓이라고 여겼다. 내로라하는 심리 치료사들이 윌에게 달려들었지만, 모두 나자빠졌다.

영화는 윌이 숀 맥과이어를 만나면서 결국 달라지는 과정을 그린다.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숀의 말과 행동은 ‘나를 내세우지 않는 사랑’이야말로 상대방을 변화시키는 가장 확실한 방편이라는 것을 보여 준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숀은 윌을 변화시키고 말겠다는 ‘욕심’이 없었다. 다만, 세상과 화해하는 법을 알지 못해 우리에 갇힌 사자처럼 으르렁대는 윌을 ‘연민’할 뿐이었다. 그는 나직하지만, 군더더기 없는 언어로 윌의 내면을 헤집는다.

“고아인 네가 얼마나 힘들게 살았고 네가 뭘 느끼고 어떤 앤지 ‘올리버 트위스트’만 보면 다 알 수 있을까? 내 눈엔 네가 지적이고 자신감 있기보다 오만에 가득 찬 겁쟁이 어린애로 보여. 우선 네 스스로에 대해 말해야 돼. 네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해서 말이야.”

윌은 지식에는 천재였지만 감성에는 장애를 갖고 있었다. 감성은 곧 직관이다. 뜨거운 피를 가진 사람들과의 교류, 로직(logic)이 통하지 않는 예측 불가능한 삶을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지혜다. 그것은 책이나 인터넷 지식검색으로 얻을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 자신의 내면과 치열하게 맞닥뜨릴 때 비로소 얻을 수 있는 것이라는 게 이 영화의 메시지다.

숀 교수는 윌에게 ‘행복해지고 싶다면, 너 자신과 먼저 화해하라’고 했다. 복 많은 윌에게는 사랑으로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숀 교수가 있었지만, 우리는 그런 존재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결국 스스로 나를 치유하는 길밖에 없다.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