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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인터뷰]김래원 “코믹 연기 잊어주세요”

입력 | 2006-03-09 03:01:00

사진 제공 MBC


사랑하던 애인이 죽었다…. 좌절과 눈물로 지내 온 나날들. 그런데 어느 날 죽은 애인과 꼭 닮은 여자가 나타났다. 다시 사랑에 빠질 것 같다.

현실에서는 극단적 허상, 드라마라면 진부한 상상력이라고? 그러나 탤런트 김래원(25·사진)에게는 ‘현실 같은 꿈’이다.

13일 방영되는 MBC 월화 드라마 ‘넌 어느 별에서 왔니’(극본 정유경·연출 표민수)에서 그가 바로 애인을 잃은 남자 주인공이기 때문.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SBS) 이후 1년 2개월 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한 그는 연인 혜수를 교통사고로 잃고 어둡게 살아가는 천재 영화감독 최승희 역을 맡았다.

8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한 카페에서 열린 드라마 제작발표회에 나타난 김래원은 이제까지의 밝기만 한 이미지와는 다른 모습을 준비 중이었다.

“원래 저 좀 거칠고 강한 편이에요. 인간적이면서도 거친 삼류랄까. 팬들은 ‘옥탑방 고양이’ 때의 코믹한 모습부터 떠올리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강한 남자를 표현하고 싶어요. 승희는 겉으로 터프한 남자가 아니라 마음으로 모든 걸 받아들이고 아무 일 없다는 듯 웃을 수 있는 남자입니다.”

정려원이 죽은 애인 혜수와 새로운 여자 복실의 1인 2역을 맡았고 연출은 아기자기한 사랑의 감정을 코믹하게 잘 풀어낸 ‘풀하우스’(KBS)의 표민수 PD다. 표 PD도 마냥 밝고 가벼운 듯한 ‘김래원 식 연기’를 경계한다. 극중의 작은 에피소드를 두 가지 버전으로 찍어 그중의 하나를 고를 정도.

하나는 키다리 아저씨 같은 포용력 있는 승희이고, 다른 하나는 코믹한 승희다. 승희는 죽은 애인과 꼭 닮은 명랑 쾌활한 강원도 산골 처녀 김복실을 만나 사랑에 빠지지만 그녀가 혜수의 잃어버린 동생임을 알고 갈등하기 시작한다.

“제겐 그토록 아픈 사랑의 기억이 없어요. 하지만 죽은 애인이 나타나 제게 한마디 한다면 ‘평생 기억하고 살아 줘’라고 할지 ‘이젠 날 잊고 행복하게 살아 줘’라고 할지 고민 많이 했습니다. 작품을 통해 사랑을 배웁니다. 호주에서 사별 장면을 찍고 한국에서 복실이와 연기하는데 혜수 생각에 가슴이 아프더라고요. ‘제대로 몰입이 됐구나’ 생각했습니다.”

너무 진지해진 김래원. 분위기를 바꿔 상대 배역에 대해 묻자 이내 표정이 밝아진다. 그는 정다빈(드라마 ‘옥탑방 고양이’), 문근영(영화 ‘어린신부’), 임수정(영화 ‘ing’), 김태희(드라마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 등 함께 연기한 여배우들을 ‘잘 띄워 주는’ 배우로 손꼽힌다.

“려원 씨가 복실이 역을 한다고 했을 때 걱정했어요. 극중 복실이는 시골 아가씨여야 하는데 려원 씨는 너무 도회적이고 세련돼서…. 하지만 연기해 보니 정말 촌스럽습니다.”(웃음)

‘넌 어느 별에서 왔니’의 미래는 김래원의 미소만큼 밝지는 않다. 같은 시간대에 감우성, 손예진의 ‘연애시대’, 윤석호 PD가 만든 ‘봄의 왈츠’와 치열한 시청률 경쟁을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제까지의 연기 모습은 대책 없는 스타일이었죠. 하지만 철 좀 들었습니다. 화면에서 보여 드리죠.”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