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서는 시민들의 일상을 세밀하게 관리해 주는 다양한 맞춤 서비스가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잡고 있다. 애완견을 산책시키는 도그 워커와 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개 똥 벌금 표지판(왼쪽), 백인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가는 흑인 베이비시터.
여자보다 아이를 더 잘 다루는 남성 베이비시터를 보고 놀라는 로스와 레이철, 아끼는 강아지를 두고 여행을 떠날 수 없어 ‘펫 시터(Pet sitter)’를 부르는 피비, 비싼 이삿짐센터 대신 저렴한 아마추어 이사 서비스를 이용하는 모니카, 지저분한 집을 보다 못해 돈을 모아 ‘청소 서비스(Maid service)’를 부르기로 결정한 룸메이트 조이와 챈들러.
젊은 뉴요커의 일상을 그려 큰 인기를 끌었던 미국 TV 시트콤 ‘프렌즈’의 한 장면을 가상으로 구성한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주인공들이 여러 가지 ‘대행 서비스’를 부르는 장면은 뉴요커들에게 흔한 ‘실제 상황’이나 다름없다. 뉴욕이 세계 어느 곳보다 바쁘고 화려해 보이는 만큼, 뉴요커들의 일상을 세밀하게 관리해 주는 다양한 ‘맞춤 서비스’가 하나의 ‘산업’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오전 8시 콜럼버스 애버뉴. 유모차를 끌면서 한 손에 큰 기저귀 가방을, 다른 손에는 스타벅스 커피를 든 채 바쁘게 가는 아빠나 엄마를 볼 수 있다. 출근 전 아이들을 맡기기 위해 ‘일일 탁아소(Day Care Center)’에 가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흑인이나 히스패닉계의 베이비시터들이 백인 아기들을 유모차에 태우고 가는 모습도 흔하게 볼 수 있다.
‘구글’에서 ‘뉴욕의 베이비시팅’이라는 검색어를 입력하면 엄청나게 많은 사이트가 쏟아진다. 용돈을 벌고자 하는 10대들에게 아이 돌보는 법을 소개하는 사이트부터 베이비시터를 찾고 있는 엄마들을 위한 가이드, 베이비시터 인터뷰 방법을 소개하는 사이트 등 셀 수 없이 많다.
한살된 아들을 둔 라리사 리조바(33) 씨는 인터넷보다는 ‘입소문’을 통해 베이비시터를 찾았다. 러시아 출신인 그는 아기도 러시아 방식으로 보살펴 주기 바라며 같은 나라 출신 베이비시터를 구했다. 비용이 1주일에 450달러(약 45만 원)로 1개월에 무려 1800달러를 지불해야 하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리조바 씨는 아이가 세 살이 되면 비용이 좀더 저렴한 일일 탁아소에 보낼 계획이다.
뉴요커의 맞춤 서비스는 베이비시터에 그치지 않는다. 자녀를 둔 부모보다 애완동물을 둔 싱글이 더 많다는 뉴욕에서는 펫 시팅 서비스도 인기다. 이 서비스는 주인 대신 애완동물과 산책하고, 놀아주고, 돌봐주는 것이다. 이른바 ‘도그 워커(Dog Walker)’와 펫 시팅 서비스를 하는 사이트가 관련 정보를 제공한다.
낮 산책은 30분에 18달러 수준이며 저녁 산책은 더 비싸다. 집에서 애완견과 하룻밤을 보내는 ‘슬립오버(sleepover)’ 서비스도 있다. 이런 서비스는 60달러 정도다.
이직률이 높은 뉴욕의 싱글들을 위한 아마추어 이사 서비스도 있다. 이들은 회사를 자주 옮기기 때문에 집을 소유하지 않고 월세로 살며 이사도 자주 한다. 게다가 짐도 많지 않아 수백 달러나 하는 이삿짐센터를 부르는 것은 낭비라고 여긴다. 무거운 가구는 팔고 새집에서 다시 싼 것으로 사는 게 훨씬 더 경제적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 서비스는 이처럼 ‘작은 이사’를 위한 용역이다. 이삿짐센터보다 훨씬 저렴하기 때문이다. 작은 밴을 이용해 50달러에도 이사할 수 있어 싱글족에게는 안성맞춤이다. 길을 가면서 가로수마다 붙어 있는 광고를 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를 준다.
화려한 싱글을 위한 ‘청소 서비스’도 있다. 1주일이나 1개월에 한 번씩 등 기간을 정해 집을 청소해 주는데 가격은 한회당 80달러선. 2, 3명의 룸메이트가 함께 사는 이곳에서는 집안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게 쉽지 않고 집안 청소를 한 사람이 전담하는 것도 여의치 않다. 그래서 서로 돈을 내 청소 서비스를 부르는 경우가 많다. 친구 선물용 서비스 쿠폰을 파는 업체도 있다.
뉴욕=박새나 통신원(패션디자이너) saena.park@gmai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