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이 넝쿨째 굴러온다’ ‘호박에 말뚝 박기’….
호박은 콩과 함께 속담에 많이 등장하는 친숙한 먹을거리 중 하나다. 호박의 원산지는 열대와 남아메리카로 17세기경 국내에 들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호박은 꼭지부터 씨까지 버릴 게 없다. 뒤에서 나쁜 일을 꾸밀 때 ‘뒤로 호박씨 깐다’고 하는 ‘씨’에도 머리를 좋게 하는 레시틴 성분이 함유돼 있다.
늙은 호박, 애호박 외에도 1990년대 초반 일본 수출을 계기로 본격 재배되고 있는 단호박을 통해 ‘호박의 힘’을 살펴본다.
○여성의 호박
최근 호박은 참살이 바람을 타고 건강식품으로 인기가 높아지면서 ‘예쁜 호박’이 되고 있다. 호박은 죽이나 반찬 외에도 음료, 케이크, 요구르트, 피자, 아이스크림, 푸딩 등으로 변신하고 있다.
지난해 두산식품 BG ‘종가집’은 호박과 바지락 국물로 맛을 낸 ‘호박영양 백김치’를, 패스트푸드업체인 ‘롯데리아’는 ‘단호박 샐러드’를 신제품으로 출시했다.
호박은 품종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단백질, 탄수화물, 미네랄, 식이섬유와 다량의 비타민을 함유하고 있다.
한방에서는 호박을 남과(南瓜)라고 한다. 경희의료원 송미연(한방재활의학과) 교수는 “‘동의보감’에서는 호박이 맛이 달고, 오장을 편하게 하고, 눈을 밝게 하는 효능이 있다고 기록돼 있다”며 “호박은 출산 뒤 부기를 빼주고, 당뇨와 불면증에도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조양자(64· 주부·경기 김포시) 씨는 ‘늙은 호박’의 덕을 톡톡히 봤다고 말했다.
“호박의 꼭지를 뗀 뒤 그 안에 대추 꿀을 넣고 중탕으로 끓여 호박 안의 즙을 먹었습니다. 바닥이 지글지글 끓는 온돌방에 누워 미역국으로 허기를 달래고, 늙은 호박으로 부기를 뺐습니다. 아이를 다섯이나 낳았지만 건강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호박 덕분입니다.”
늙은 호박은 골이 깊게 파이고, 누렇게 잘 익은 것을 골라야 당도가 높고 약효도 뛰어나다.
요즘 젊은 여성에게는 단호박이 인기다. 단호박은 작으면서도 당도가 매우 뛰어나 다양한 상품의 재료가 되고 있다.
‘단호박’ 마니아인 황선희(32·방송 작가) 씨는 “‘다이어트 건강식으로 단호박죽을 야식으로 먹는데 배도 고프지 않고 소화도 잘된다”고 말했다.
○남성의 호박
호박은 전통적으로 여성과 가까운 것으로 여겨졌지만 남성에게도 좋다.
늙은 호박에 풍부한 셀라늄은 전립샘염 발병 확률을 낮추고 독감 예방에도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셀라늄이 부족하면 전립샘염이 생길 확률이 4, 5배 이상 높아지고 남성 불임증도 유발될 수 있다.
미국 국립암연구소에 따르면 당근 고구마와 함께 하루 반 컵 정도 늙은 호박을 지속적으로 섭취하면 폐암의 위험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고 한다. 노란색을 내는 루테인은 암 예방에 효과가 있고 시력을 보호하는 영양제가 된다는 것이다.
박희자 ‘고메홈 약선 요리연구소’ 소장은 “호박이 남성에게 좋다는 사실을 남성들이 잘 모르고 있다”며 “호박에 돼지고기 등 다른 재료를 곁들이면 특히 좋은 영양식이 된다”고 말했다. 호박 요리에서 주의할 점은 처음부터 팥과 콩 같은 부재료와 함께 삶으면 색깔이 검게 변한다는 것. 재료들을 따로 삶은 뒤 끓여야 맛깔스러운 호박색을 살릴 수 있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단호박 둥굴레 돼지고기 구이. 요리=박희자 ‘고메홈약선요리연구소’소장 스타일링=사계절 만찬 사진=변영욱 기자○단호박 둥굴레 돼지고기 구이
▽재료=단호박 1개, 돼지고기 300g, 둥굴레 20g, 은행 10개, 꿀 3작은술, 검은콩 1/2컵, 흑미 1/2컵, 대추 5개, 간장 1큰술, 꿀 2큰술, 후춧가루 2작은술
1.단호박을 씻어 물기를 닦은 뒤 뚜껑을 도려내 속과 씨를 빼낸다.
2.둥굴레에 물 3컵을 넣고 20분 정도 끓인 뒤 둥굴레를 건져 낸다. 여기에 간장과 후추를 넣고 돼지고기를 깍둑썰기로 썰어 재워 놓는다.
3.검은콩과 흑미는 씻어 불린 뒤 건져 놓는다.
4.프라이팬에 은행을 볶아 껍질을 벗겨 놓는다.
5.대추는 돌려 깎아 씨를 발라 놓는다.
6.돼지고기, 검은콩, 흑미, 은행, 대추를 꿀에 버무린 뒤 단호박 속에 채운다.
7.뚜껑을 덮은 뒤 1시간 정도 찜통에 넣고 찐다.
○한약재를 이용한 약선(藥膳) 단호박수프
▽재료=단호박 1개, 황기 10g, 감초 3개, 산약(마를 말린 것) 20g, 물 1L, 밀가루 3큰술, 버터 5g, 소금 1/2큰술, 생크림 1큰술
1.단호박의 껍질과 속을 파낸 뒤 깍둑썰기를 한다.
2.냄비에 물을 넣고 황기, 감초, 산약, 깍둑썰기한 호박을 넣고 30분 정도 끓인 뒤 약재는 버린다.
3.약재를 버리고 남은 재료에 밀가루와 소금을 넣고 믹서에 간다.
4.냄비에 버터를 넣은 뒤 믹서에 간 재료를 끓이다가 생크림을 넣는다.
○늙은 호박김치
▽재료=늙은 호박 200g, 배추 잎 3장, 미나리 50g, 마늘 1쪽, 양파 1/2개, 고춧가루 2큰술, 소금 3큰술, 꿀 1큰술
1.껍질을 벗긴 호박은 5mm 두께로 썬 뒤 소금을 뿌린다.
2.배추를 2.5cm 길이로 썬 뒤 씻어 소금물에 10분 정도 담갔다가 찬물에 씻어 바구니에 건져둔다.
3.미나리는 씻어 3cm 길이로 썬다.
4.양파와 마늘을 곱게 간 뒤 고춧가루와 소금을 넣고 양념장을 만든다.
5.호박 배추 미나리 꿀을 섞은 뒤 양념장을 넣어 버무린다.
○유자 소스를 이용한 늙은 호박 튀김
▽재료=늙은 호박 200g, 튀김가루 1컵, 식용유 4컵, 감자전분 2큰술 , 유자청 2큰술, 물 1컵, 참기름 1/2큰술, 소금 1작은술
1.늙은 호박 껍질을 벗긴 뒤 2cm 크기의 정사각형 모양으로 썬다.
2.소금을 뿌린 뒤 감자전분을 묻혀 놓는다.
3.튀김가루를 물에 풀어 저어 둔다.
4.튀김기에 식용유를 넣은 뒤 깍둑썰기한 호박에 튀김옷을 입혀 튀겨 낸다.
5.프라이팬에 유자청, 소금, 물을 넣어 끓이다 물 전분을 넣고 걸쭉해지면 불을 끈다.
6.만들어진 유자 소스에 참기름을 넣고 저은 뒤 튀긴 호박에 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