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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韓銀’의 마지막 회의…‘美금리인상행진 종결’ 언급

입력 | 2006-03-10 03:11:00

박승 한국은행 총재가 9일 오전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주재하면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박승 한국은행 총재는 9일 “미국의 금리 인상 행진이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다”고 진단했다.

유럽중앙은행이 미국의 금리 인상에 대응해 최근 두 차례 금리를 올렸고 일본도 통화정책을 긴축적으로 바꿀 가능성이 높지만 크게 신경쓸 필요는 없다는 것.

경상수지는 흑자 규모가 줄어들겠지만 이로 인해 잃는 것보다 얻는 것이 많을 수도 있다고 했다.

박 총재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콜금리(금융회사 간 초단기 자금거래 금리) 동결 결정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른바 ‘글로벌 통화 긴축’이 진행되고 있지만 한국은 이미 지난해 10월 이후 세 차례 콜금리를 올려 큰 흐름에 동참한 상태라고 박 총재는 말했다.

이는 세계적인 금리 인상 움직임 때문에 콜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여지는 적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총재는 또 “일본이 그동안 유지해 온 양적 통화 완화정책을 바꾸고 금리를 인상한다 해도 국내에 미칠 충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경상수지는 1, 2월에 이어 3, 4월에도 대규모 흑자를 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연간 경상수지 흑자 규모도 당초 예상했던 160억 달러에서 100억 달러 안팎으로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박 총재는 경상수지 흑자 축소가 득이 되는 점도 많다고 주장했다. 달러당 원화 환율 하락(원화 가치 상승) 압력을 누그러뜨리고 통화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의 부담을 줄이며 내수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

최근 오름세를 타고 있는 원-달러 환율에 대해서는 “당분간 이런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박 총재는 이날 회의를 마지막으로 이달 말 4년 임기를 마치게 된다.

그는 취임 직후인 2002년 5월 콜금리를 연 4.25%로 올렸으나 2003∼2004년에는 네 차례 인하했다가 지난해 10월과 12월, 올해 2월 정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잇따라 인상해 취임 때 수준인 연 4%로 되돌려 놓았다.

박 총재는 임기 중 거침없는 입담으로 숱한 설화(舌禍)를 겪기도 했지만 한은의 독립성을 강화한 한은법 개정을 성사시켜 통화정책의 중립성 강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도 있다.

정경준 기자 news9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