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10명에 1인당 당기순이익 28억5000만 원.
이런 꿈같은 실적을 올린 은행이 있다.
국내에 진출한 외국은행 가운데 지난해 가장 많은 당기순이익을 올린 미국계 스테이트스트리트은행(SSBT) 서울지점이다.
예금보험공사가 9일 발표한 외국계 은행 순익 현황에 따르면 SSBT 서울지점은 지점장 포함 10명의 직원이 지난해 285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려 1위를 차지했다.
HSBC, JP모건,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등 세계적인 은행들을 모두 제쳤다.
직원 1인당 당기순이익 28억5000만 원이 얼마나 많은 것인지는 다른 은행과 비교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국내은행 가운데 1인당 순이익이 가장 많은 외환은행(3억6333만 원)의 7배가 넘는다. 국민은행(1억3358억 원)이나 하나은행(1억2836억 원)보다는 20배 이상 많다.
미국 보스턴에 본점을 두고 있는 SSBT는 2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지만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소매금융을 하지 않아 일반인에게는 생소하다.
하지만 수탁 자산이 10조 달러가 넘고 운용하는 자산이 1조4000억 달러에 이르는 등 수탁업무 분야에서는 뉴욕은행과 함께 세계 1, 2위를 다투는 ‘슈퍼은행’이다.
골드만삭스나 JP모건 같은 투자은행은 파생상품 같은 고위험, 고수익 거래를 하지만 SSBT는 리스크가 있는 자산 보유를 최대한 줄이고 수탁 업무에 특화하고 있다.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 같은 연기금이나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이 운용하는 투자자산을 보관하거나 관리하고 수수료를 받는다.
외국 기관투자가들의 한국에 대한 투자 규모가 커지면서 SSBT 서울지점의 수익도 함께 늘어나는 추세다.
파생상품 거래를 주로 하는 다른 외국계 은행들은 지난해 미국의 금리인상 여파 등으로 고전했다. 하지만 SSBT 서울지점은 수탁업무에 특화한 은행의 특성 때문에 악영향을 거의 받지 않고 좋은 성적을 냈다.
이 은행은 1997년 서울사무소를 내며 한국에 첫발을 내디딘 이후 2001년 5월 지점으로 승격시켜 본격적으로 한국 금융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하나은행 투자신탁부 송성진 차장은 “SSBT는 업무 영역이 국내은행과 확연히 다르고, 한국에 진출한 외국계 투자은행들과도 차별화돼 있어 수탁업무에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SSBT 박성원 서울지점장은 “해외 기관투자가들이 한국에 투자한 뒤 받는 배당금과 이자를 회수해 주거나 회계 처리, 성과 분석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수익을 얻는다”고 말했다.
그는 “SSBT의 인프라와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수익을 극대화하기 때문에 서울지점에서는 상대적으로 적은 인력으로도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