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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미래로 미래로]인도 방갈로르

입력 | 2006-03-10 03:11:00

오토바이와 오토릭쇼로 출근하는 인파로 붐비는 방갈로르 시의 아침. 인도 전체 정보기술(IT) 인력의 3분의 1로 추정되는 40만여 명의 IT 산업 종사자들이 살고 있다는 것이 방갈로르의 경쟁력이다. 인도 이공계 교육기관 중 최고 명문으로 꼽히는 인도과학연구소 등 방갈로르에서 한해 졸업하는 이공계 대학생들만 3만여 명에 이른다. 사진 제공 정현아 대표


《도시의 성장을 좌우하는 요소가 건축물이나 도로 같은 물리적인 것만은 아니다. 인도 남부 카르나타카 주의 주도(州都)인 방갈로르는 자동차 사이로 질주하는 오토바이와 오토릭쇼(오토바이 택시), 그것들이 뿜어내는 매연과 요란한 경적으로 왁자지껄하다. 그러나 이 혼돈 속에는 변화를 모색하는 이 도시의 역동적인 에너지가 있다. 순식간에 도로를 메우는 이 사람들이 바로 방갈로르를 인도의 ‘실리콘밸리’라 불리는 정보기술(IT) 산업의 메카로 세운 힘이자, 세계에서 4번째로 큰 테크놀로지 클러스터를 만든 밑바탕이기 때문이다.》

방갈로르는 IT 산업기지가 들어서기에 도로나 전기, 수도 등의 기반시설이 열악했다. 그렇다고 개발의 경제적 부담을 안기에는 시 예산이 턱없이 부족했다. 하지만 무작정 기다릴 수는 없었다.

○ IT회사만 1639개

방갈로르에는 살아 있는 자원이 있었다. 바로 컴퓨터와 공학 일반에 관해 전문 지식을 갖추고 영어에도 능통한 고급인력이 풍부하게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방갈로르 시에서만 매년 3만 명이 넘는 공과대 졸업생이 배출된다. 이들의 임금이 영미권에 비해 싼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방갈로르 시의 경제를 살찌우기 위해 다국적 기업의 유치가 적격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방갈로르가 해발 900m가 넘는 고원지대에 있어 인도의 다른 도시들에 비해 쾌적한 기후조건을 갖고 있다는 것이 또 다른 매력요소였다.

정부는 과감히 외국 기업의 토지세와 등록세를 면세하는 조세 지원 정책을 폈다. 매년 10, 11월에 350개의 IT 관련업체가 참여하는 이벤트 ‘방갈로르 인(bangaloreit.in)’을 개최해 기업을 홍보하고 인재들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방갈로르는 이런 정책 지원 아래 빠르게 성장했다. 2006년 현재 도시를 누비는 오토바이와 자동차는 매일 600대씩 늘어나고, 매주 4개의 IT 회사가 생겨나고 있다. 방갈로르엔 인도 전체 IT 인구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40만 명의 직간접 IT 산업 종사자가 있고, 654개의 다국적기업과 총1639개의 IT 회사가 있다.

방갈로르 시의 서남부에는 우리의 구로 디지털산업단지를 연상시키는 전통전자산업단지 피냐가 오래전부터 자생적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1986년부터 시의 동남부 화이트필드 지역에 외곽순환도로를 끼고 ‘일렉트로닉 시티’와 ‘인터내셔널 파크’가 조성되기 시작했다.

방갈로르의 값싼 고급 기술 인력을 이용하기 위해 텍사스 인스트루먼트 사가 입주한 것이 계기였다. 주 정부도 1991년 ‘소프트웨어 파크(STP·Software Technology Park)’를 조성했고, 단지는 매년 확장되어 ‘일렉트로닉 시티’라는 이름까지 갖게 되었다. 이제 그 규모는 55만여 평에 이른다.

‘일렉트로닉 시티’의 성공은 1997년 8만4000평 규모의 ‘인터내셔널 파크’ 건설로 이어졌다. 이 사업에는 카르나타카 주 당국만이 아니라, 인도기업인 타타그룹, 싱가포르 컨소시엄이 함께 참여했다. 24시간 전기가 공급되는 ‘인터내셔널 파크’엔 현재 IBM, 위프로(WIPRO), 임포시스(IMFOSYS), 오라클(ORACLE) 등 110개 이상의 회사가 입주해 2만여 명이 일하고 있다. 방갈로르 공과대 3학년인 쿠리슈나 B R 씨는 “졸업 후 도시 인근에 입주해 있는 외국기업들과 함께하는 연구 프로젝트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방갈로르의 성공은 첸나이, 하이데라바드, 망갈로르 등 다른 인도 도시들에 모범 사례가 됐다. 신흥 IT 도시들의 등장은 이제 방갈로르에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급증한 도시인구와 나날이 늘어가는 교통체증, 도심의 낙후된 기반시설 개선이 숙제로 남아 있는 것.

○ 도로-공항 등 기반시설 업그레이드 한창

방갈로르 시의 한 BPO 사무실 풍경. 인도에 앉아서 미국 고객들의 불만 사항을 처리한다. 영어구사가 가능한 고급인력이 풍부하고 IT가 발달한 방갈로르는 BPO의 세계적인 허브도시로 성장하고 있다. 사진 제공 방갈로르 시

방갈로르 시는 2007년까지 시를 운행하는 전철을 완공하고 전통적인 전자산업단지인 피냐와 외국기업체 중심인 동남부의 일렉트로닉 시티를 잇는 109km 길이의 제2외곽순환도로를 건설할 계획이다. 도시 북쪽의 새 국제공항도 2008년 완공을 목표로 건설되고 있다. 이러한 기반 시설을 발판 삼아 시 남쪽에 치우친 산업단지의 성공을 도시 전체로 확산시키려는 것이다.

외곽순환도로를 건설하고 있는 난디 사의 만주나스 나야커 씨는 “전통적인 전자지구인 피냐 지역과 신흥 IT 지구인 일렉트로닉 시티를 잇는 고속화도로가 건설되면 도로 인근의 개발도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방갈로르=정현아 DIA건축연구소 대표

美 기업의 콜센터로 전화 걸면 인도서 “Hello”
고품질 통신기술 ‘BPO 시스템’ 발전시켜

방갈로르 시내 에어포트로드에 있는 다이아몬드 지구. 인텔, 루슨트 테크놀로지 등 다국적 IT 기업의 사옥이 몰려 있다. 사진 제공 정현아 대표

인도인의 영어 구사력과 값싼 노동력은 미국 기업의 원거리 서비스 대행시스템을 낳았다. 이른바 BPO(Business Process Outsourcing)라 일컬어지는 시스템이다.

24시간 콜센터나 소비자센터, 전화마케팅 업무는 일과시간 이후의 근무인력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미국과 12시간 이상 시차가 있는 인도는 사정이 다르다. 미국이 밤 시간일 때 인도에서는 낮 근무를 할 수 있는 것. 이들은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데다 임금은 미국의 3분의 1 수준이다.

미국 각 기업의 24시간 콜센터로 걸려오는 전화는 지구를 반 바퀴 돌아 인도로 연결되고, 인도인이 전화를 받아 일을 처리한다. 소비자는 늦은 밤에도 불편 없이 제공되는 서비스를, 미국의 회사는 싼 임금의 노동력을, 인도의 근로자는 일자리를 갖게 된 것이다.

GE사부터 도입된 이 업무시스템은 점차 전화서비스만이 아니라 세무 보고, 회계, 주식 분석 등으로 분야가 확장됐다. 현재 방갈로르에는 캐피톨1(CAPITOL1), 위프로(WIPRO), 델, 윈스(WINS), 엠퍼시스(MPHASIS) 등 132개 BPO회사들이 있다.

미국 기업들이 BPO산업 기지로 방갈로르를 선택하는 것은 IT산업이 발전되어 있기 때문이다. 고품질 통신기술을 저렴한 가격에 공급받을 수 있고, 회계 주식 분석 등을 담당할 수학에 능한 고급인력이 있기 때문이다.

카르나타카 주 정보통신부의 지텐드라 싱 씨는 “BPO 등의 소프트웨어 수출 비율이 1년 사이에 26%나 성장했다”며 “2010년까지는 이 분야에서 100만 개의 일자리가 더 창출될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