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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초기 교회사 한눈에 ‘쏙’…이서지 화백, 풍속화에 담아

입력 | 2006-03-10 03:11:00

대원군의 천주교 박해를 묘사한 그림. 전국에 천주교 서적 수색령을 선포한 뒤 성서 등을 압수해 불태우는 장면이다(위쪽). 효성이 지극한 아들이 노모를 지게에 지고 시골길을 따라 교회로 향하는 평화로운 모습을 그린 풍속화. 사진 제공 선바위미술관


풍속화가로 유명한 이서지(72) 화백이 우리나라 초기 그리스도교의 역사를 한눈에 보여주는 전시 ‘새벽길-풍속화로 보는 한국 기독교사전’을 10일부터 4월 30일까지 경기 과천시 선바위미술관(서울 지하철 4호선 선바위역 2번 출구)에서 갖는다. 이 화백은 사라져 가는 우리의 전통 풍속을 30여 년간 화폭에 담아 왔으며 국내외에서 30여 차례 전시회를 연 대표적인 풍속화가.

독실한 개신교 신자(서울 정동제일교회 교인)인 그가 이번에 잡은 주제는 한국 초기 교회사. 기독교 신앙이 우리나라에 처음 전래된 1780년대부터 믿음의 신앙이 뿌리내리는 1920년대까지 중요 사건이나 인물, 근대풍속 등을 담은 130점의 그림들을 보여준다.

“일반 풍속화를 그리다가 신앙적으로 뭔가 의미 있는 그림을 한번 그려보고 싶어 3, 4년 전부터 초창기 그리스도교의 역사를 화폭에 담는 작업을 해왔습니다. 이 땅의 많은 순교자들과 신앙인들을 기리는 마음에서 시작했지만 교회의 역사만 다룬 것이 아니라 우리의 자랑스러운 전통문화와 정신세계도 담아냈어요.”

이 화백은 교회사 자료를 철저하게 고증해 풍속화들을 그렸다. 정동제일교회와 이화여대, 세브란스병원 등의 자료들도 참고했다. 자료가 부족한 부분은 기도로 영감을 받아 작품을 완성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서지 화백

“초창기 천주교인들이 겪은 100년의 역사는 예수님과 사도들의 시대에 버금가는 고난의 시기였습니다. 모진 박해와 순교도 불사하고 기독교의 초석을 놓았지요. 그 뒤에 들어온 개신교 선교사들은 천주교와 달리 병원과 학교를 지어 간접선교를 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천주교가 씨를 뿌리고 개신교가 열매를 맺었다고 할 수 있겠지요.”

작품들은 250평의 미술관 전시장에 연대순으로 배치된다. ‘서학으로 시작된 천주교’ ‘박해와 순교의 역사’ 등 17개의 시대적 주제별로 전시된다. 이 주제들 아래에 1783년 중국 베이징에 가서 예수회 신부를 만나 한국인 최초의 영세자가 된 이승훈, 최초의 순교자가 된 김범우, 1907년 평양 장대현교회에서 일어난 대부흥회, 1919년 일제의 제암리교회 방화사건 등 역사적으로 중요한 내용을 담은 그림들이 전시된다. 아울러 이화학당 최초의 학생들인 복순이와 별단이 이야기, 성경을 뜯어 벽지로 붙이거나 담배 말이 종이로 쓰던 일, 남녀유별이 엄격한 시절이라 병풍을 쳐놓고 남자 선생님이 여학생들을 가르치던 교실 풍경, 선교사들이 모르고 성균관에 선교하러 들어갔다가 봉변한 일 등을 그린 밝고 해학적인 작품들도 나온다. www.seonbawi.com, 02-507-8588, 8582

윤정국 문화전문기자 jky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