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수도권의 요코하마(橫濱) 시에는 일본 전역의 지방자치단체와 공기업에서 파견된 사절단이 줄을 잇는다. 지난해 4월부터 이달 초까지 시찰, 견학, 자료조사 명목으로 요코하마 시청을 찾은 횟수만 600여 회. 시 직원들이 외부 기관의 문의에 답하느라 업무에 차질을 빚을 정도가 됐다.
급기야 요코하마 시는 8일 “다음 달부터 다른 자치단체의 견학과 자료 요청은 유료화를 전제로 받겠다”고 밝혔다.
유료화한 것은 시가 독자적인 행정개혁 노하우라고 자부하는 25개 항목. 견학의 경우 방문객에게 1시간 30분간 설명하는 비용으로 1인당 5000엔을 받을 계획이다. 조사 설문에 대한 회답은 50개 문항까지는 3000엔을 받고, 문항이 10개 추가될 때마다 1000엔을 추가로 징수하는 식이다.
다른 자치단체들은 “같은 공무원끼리 너무 야박하다”며 볼멘 표정이지만 견학 행렬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4년 전만 해도 5조 엔이라는 천문학적인 부채에 허덕이던 요코하마 시의 살림이 흑자로 돌아선 비결이 궁금하기 때문이다.
개혁을 이끈 이는 41세의 나카타 히로시(中田宏·사진) 시장. 정치지도자 양성기관인 ‘마쓰시타 정경숙’ 출신인 그는 중의원 의원을 사퇴한 뒤 2002년 3월 무소속으로 시장 선거에 출마해 집권 자민당의 현직 시장을 누르고 당선됐다.
가장 먼저 시도한 정책은 행정의 간소화와 공무원 인건비 삭감. 개혁에 대한 시민들의 동의를 이끌어내려면 공무원부터 변해야 한다는 판단에서였다.
공무원 수를 일본 지자체 평균의 93% 수준까지 줄였고 갖가지 명목으로 지급되던 특수근무수당도 폐지했다. 시가 운영하는 모든 시설에 유료 광고를 도입한 것도 그의 아이디어. 적자투성이인 시영 지하철과 버스 회사에 전문경영인을 영입해 적자폭을 줄였다. 요코하마의 시채(市債) 발행 잔액은 지난해부터 감소하기 시작했다.
나카타 시장은 올해 초 “시민 여러분의 빚이 요코하마 시가 생긴 뒤 처음으로 줄었다”고 선언했다. 4년 전 그의 선거유세 인사말은 “5조 엔의 연대보증인인 시민 여러분…”이었다.
도쿄=박원재 특파원 parkw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