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 골프’ 파문과 관련해 이해찬 국무총리의 빠른 사퇴를 요구하는 부산지역 기업인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들은 또 이 총리와 골프를 함께한 기업인들의 솔직한 해명도 촉구하고 있다.
부산상공회의소의 한 간부는 “총리와 함께 골프를 친 부산지역 기업인을 중심으로 결성됐다는 ‘27회’가 지역 경제계의 마피아처럼 소문이 나면서 관련 기업뿐 아니라 부산지역 기업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부산상의 전 회장 강병중 씨와 신임 회장 내정자 신정택 씨가 골프모임에 포함돼 상공회의소가 무슨 불법 로비집단처럼 비칠까 봐 걱정”이라며 “이 총리가 용단을 내리고, 관련자들이 그날 있었던 일을 정확히 밝혀야 이번 사태가 진정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골프 파문과 관련 있는 기업의 주가가 떨어지자 회사 직원은 물론 하도급 업체와 소액주주들이 진상규명을 통한 사태 해결을 바라고 있다.
유원기 씨가 회장인 영남제분의 경우 지난달 28일 3825원이던 주가가 2일부터 급락해 8일에는 2650원을 기록했다. 시가 총액은 같은 기간에 795억 원에서 595억 원으로 줄었다.
이삼근 씨가 회장으로 있는 ㈜남청의 주가도 1만9800원에서 1만8450원으로 하락했다.
영남제분 관계사의 한 직원은 “영남제분에 문제가 생겨 피해를 볼까 봐 걱정이 태산”이라고 말했다.
영남제분의 소액주주들은 인터넷 게시판에 “기업주의 문제로 주주들이 엄청난 피해를 보고 있다”고 항의했다.
부산상의의 한 임원은 “가뜩이나 어려운 부산 경제가 이 총리와 문제의 기업인 때문에 더 힘들어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며 “골프회동 기업인들은 도망만 다닐 것이 아니라 솔직히 경위를 밝히고 이 총리도 용단을 내려야 한다”고 밝혔다.
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 이해찬 국무총리의 3·1절 골프모임과 관련해 본보는 9일자까지 이 총리와 함께 골프를 친 기업인과 그들의 기업을 익명으로 보도했습니다. 이는 선의의 피해자가 없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총리의 3·1절 골프모임이 ‘공적인 관심(Public interest)’ 사안이고, 해당 기업인도 이 모임에 참석한 순간 공적 영역에 뛰어들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본보는 이 보도가 전체적으로 ‘공적 인물의 공적 관심사’라고 판단해 이 모임에 참석한 기업인과 그들의 기업을 실명으로 보도하기로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