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관에게 강제추행을 당한 뒤 자살을 시도해 뇌사상태에 빠진 여성 재소자 김모(35) 씨 외에 최소한 11명의 여성 재소자가 같은 교도관에게 강제추행을 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상담받던 재소자 12명 강제추행=법무부 진상조사단(단장 이옥·李玉 검사)은 9일 김 씨의 자살 기도로 불거진 교도관 강제추행 사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단장은 “서울구치소 교도관 이모 씨가 상담을 받던 여성 재소자 12명을 강제추행한 것으로 보인다”며 “김 씨의 자살 기도는 교도관의 강제추행과 그 이후 구치소의 적절치 못한 사후 조치가 원인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조사단은 이 씨가 서울구치소에서 근무했을 당시 분류심사를 받았던 여성 재소자 53명을 상대로 한 면담 등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이 씨를 독직폭행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이 씨는 2월 분류심사를 받던 김 씨를 일으켜 세워 벽 쪽으로 밀면서 끌어안고 손으로 가슴과 엉덩이를 만지는 등 김 씨를 강제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씨는 강제추행을 당한 뒤 정신적으로 불안한 증세를 보였다.
그러나 구치소 측은 가족의 입원 치료 요청을 거절하고 김 씨를 독방에 방치해 자살 기도에 이르게 했다고 조사단은 설명했다.
또 이 씨의 동료 교도관 등은 문제가 불거지자 김 씨의 가족을 만나 가석방을 조건으로 합의를 종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법무부는 서울구치소 간부 2명에 대해 사건 무마 및 지휘 감독 소홀 책임을 물어 직위해제하고 징계에 회부하기로 했다.
▽피해 여성들 고소 꺼려=수감 중인 피해 여성들은 대부분 이 씨에 대한 고소를 거부해 이 씨의 성폭력 범죄에 대한 처벌이 어렵다고 조사단은 설명했다.
피해여성 대부분은 또 다른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천정배 법무 장관은 대국민 사과문을 통해 “피해자를 보호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자살 기도에까지 이르게 한 것은 어떠한 질타를 받아도 할 말이 없는 일”이라며 “관련자들에게는 응분의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