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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세상/김동석]파생상품도 이젠 과학의 영역

입력 | 2006-03-11 03:09:00


당연한 얘기지만 과학적 사고방식은 과학계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정부는 최근 ‘금융투자업과 자본시장에 관한 법률’을 새로 만들었다. 이 법안에서는 금융 투자상품의 범위가 크게 넓어져 실업률 등 거시경제 변수는 물론이고 이산화탄소 배출권이나 날씨, 원유, 금속 등을 기초로 파생상품을 선보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실물상품의 가격, 금리, 환율 등의 선물 및 옵션 등에 머물고 있는 파생상품이 그만큼 다양해지는 것이다. 이런 파생상품에 투자하려면 고등수학과 물리법칙 등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경제현상이나 금융상품 가격의 불규칙한 변화는 브라운 운동과 유사한 점이 많다. 브라운 운동은 영국의 식물학자 로버트 브라운이 물 위에 떠 있는 꽃가루의 움직임을 현미경으로 관찰하다 발견한 입자들의 불규칙한 움직임을 일컫는 말. 물 분자의 영향으로 꽃가루가 불규칙적으로 움직이듯 금융상품도 다양한 변수의 영향을 받는다.

미국의 금융전문가 피터 번스타인은 저서인 ‘신에 대항하여’에서 “금융이론의 발전에 있어 과거와 현대를 구분 짓는 경계는 미래의 불확실성, 즉 리스크를 이해하고 다룰 수 있게 됐느냐 여부”라고 했다. 번스타인은 17세기의 저명한 수학자인 파스칼과 페르마가 정립한 확률의 개념을 혁명의 시작으로 정의했다. 자연계와 사회계에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불확실하게 변화하는 현상을 ‘확률적 과정’으로 표현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후 1900년 프랑스의 수학자 루이 바셀리에는 최초로 금융상품가격의 변화를 확률적 과정으로 표현하였다.

이처럼 과학에서 발견된 다양한 지식은 식물학자와 수학자, 물리학자, 통계학자 등을 거쳐 금융분야에까지 파급되고 있다.

특정한 불확실성을 내포하는 금융상품들을 사람들은 자신의 효용을 만족시키기 위하여 거래를 한다. 또는 어느 특정상품이 유사한 상품과 가격의 괴리가 생기면 이를 활용하여 이익을 취할 목적으로 거래를 하게 된다. 이러한 행위에 의해 금융상품의 가격 변화는 특정한 양상을 띠게 되는데 이런 관계는 편미분 방정식으로 표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 거래되고 있는 코스피200지수옵션과 같은 옵션의 가격변화 법칙을 표현한 편미분 방정식을 약간 변형하면 물리학의 열전도방정식과 같아진다. 어떤 물체의 끝에 열을 가했을 때 다른 끝에 전도되는 열에 대한 공식이 바로 금융옵션의 가격에 대한 공식과 같아지는 것이다. 따라서 특정 기초상품에 의한 옵션가격 변화는 특정 매체에서의 온도 변화로 이해할 수 있다.

최근에는 금융시장에서 거품(버블)이 발생했다가 꺼지는 패턴을 자연현상에서 찾아 연구하는 움직임도 있다. 모래가 어느 시점까지는 잘 쌓이다가 피로도가 누적되면 특정시점에서 갑자기 무너져 내리는 현상에서 비슷한 해답을 찾는 것이다. 또 주식시장에서 나타나는 투매 현상의 패턴을 물고기나 새들이 신호 교환 없이 어느 순간 일제히 방향을 바꾸는 데서 찾는 사람도 있다.

조금 다른 방식으로는 복잡계 이론을 적용해 금융시장을 이해하려는 시도가 있다. 복잡계 이론은 ‘결과가 다른 계의 원인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하나의 원인에 따른 하나의 결과’라는 기존의 사고체계를 비판하는 데서 시작됐다. 복잡한 비선형의 관계를 대표하는 단어인 ‘나비 효과(중국 베이징에 있는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미국 뉴욕에 허리케인을 몰고 올 수도 있다)’를 금융시장에 적용하는 것이다.

이렇듯 과학과 수학분야의 업적은 우리가 알든 모르든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김동석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금융공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