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이총리 ‘3·1절 골프’ 파문]자사주 처분 몰랐던 투자자들 큰 피해

입력 | 2006-03-11 03:09:00


(▲위의 이미지 클릭후 새창으로 뜨는 이미지에 마우스를 올려보세요. 우측하단에 나타나는 를 클릭하시면 크게볼 수 있습니다.)



보통 상장회사는 주가 관리를 위해 은행이나 증권사와 자사주 신탁계약을 맺는다. 이는 투자자들에게 회사가 적극적으로 자사주를 사들임으로써 주가를 높이려는 의지가 있다는 것을 약속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따라서 자사주 신탁 자체를 끝내는 경우가 아니라면 자사주를 처분하지 않는 것이 정상적이다. 신탁 계약기간 안에 자사주를 모조리 팔아넘기는 일은 극히 이례적이다.

  이해찬 총리 ‘3·1절 골프’ 파문

이 때문에 영남제분이 지난해 11월 25일 자사주 195만 주를 장외에서 전량 판 것은 충분히 의혹을 살 만하다. 더구나 자사주를 팔아 치운 뒤 한 달 만에 다시 C은행과 신탁계약을 연장한다고 공시해 마치 팔지 않은 것처럼 보이도록 했다.

자사주 신탁을 연장까지 하면서 계약기간 안에 자사주를 모두 팔아 차익을 남긴 것이다. 투자자를 적극적으로 속이려고 작정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투자자들은 회사 측이 자사주를 판 사실을 모른 채 계속 보유하고 있다가 손실을 입은 셈이다.

증권 전문가들은 대부분 “한 달 뒤에 신탁계약을 할 거면서 미리 자사주를 모두 팔아 치우는 경우는 없다”고 말한다.

누가 영남제분의 자사주를 사들였는지는 밝혀지지 않고 있지만 이 부분도 규명돼야 할 부분이다.

○ 투자자 모르게 진행된 자사주 매각

영남제분은 자사주 195만 주를 D증권 창구를 통해 7개 기관투자가에게 팔았다고 밝혔다. 그런데 영남제분은 이 자사주를 모두 장외에서 팔았다.

거래소에 따르면 자사주를 장내에서 팔 경우 상장사는 이를 거래소에 신고해야 한다.

예를 들어 자사주 100만 주를 팔 계획이면 해당 회사는 거래소에 주식을 팔기 전날 “자사주 100만 주를 내일 팔겠다”고 신고를 한다. 그리고 다음 날 오후 2시 반까지 약속대로 매도 주문을 내야 한다.

그런데 장외에서 주식을 팔면 이런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보통 장외거래는 거래 사실이 철저히 비밀에 부쳐진다.

거래소 관계자는 “거래를 투명하게 하기 위해 상장기업들에 가급적 자사주를 장내거래로 매매하라고 지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장외에서 자사주를 거래하는 경우는 극히 이례적이다.

영남제분은 이런 거래소의 지도를 어기면서까지 장외거래 방식으로 주식을 은밀히 팔았다. 공시도 하지 않아 투자자들은 이번 사태로 영남제분이 파헤쳐지기 전까지는 회사가 자사주를 판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영남제분의 주가는 자사주 매각 이후 폭락했다. 자사주를 판 11월 25일 5120원이었던 주가는 12월 23일 3465원까지 급락했다.

○ 손해는 개인투자자들의 몫

관심의 초점은 ‘기관’이라고만 알려진 투자자들이다. 거래를 주관한 D증권사는 “거래 상대방이 누구인지, 심지어 그것이 기관투자가인지 개인투자자인지도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거래 상대방을 밝히면 금융실명거래법을 위반한 것이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영남제분 주식을 사들인 7개 기관 가운데 한두 기관은 이미 주식을 팔아 치운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기관투자가가 주식을 단기 매매한 셈이 된다. 통상 기관투자가는 이런 단기 매매를 하지 않는다.

회사 측이 자사주를 몰래 매각하고 이 주식을 인수한 기관은 단기에 다시 팔아넘겼어도 개인투자자들은 이를 전혀 몰랐던 셈이다.

한 펀드매니저는 “영남제분과 자사주를 샀다는 기관의 매매를 투자자들이 알 길이 없었기 때문에 그 기간에 개인투자자들은 적지 않은 손해를 본 셈”이라고 말했다.

○ 주가 조작 전력이 있는 영남제분

영남제분 유원기 회장은 과거 주가조작 혐의를 인정받아 실형을 살았다.

유 회장은 2000년 1월∼2001년 6월 회사 자금을 이용한 시세 조종 등으로 200억 원대의 부당이익을 챙긴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지난해에도 영남제분 주가는 여러 호재성 정보로 요동을 쳤다.

회사 측이 지난해 5월 미국 주 정부로부터 1000만 달러 규모의 외자를 유치하겠다는 공시를 한 뒤 7월 19일 주가는 한때 6840원까지 급등했다. 8월에는 외자 유치가 무산됐다고 공시를 했고 이번에는 주가가 급락해 8월 31일 3070원까지 폭락했다.

그러나 교직원공제회의 꾸준한 주식 매입과 10월에 발표한 바이오기업 인수 공시 등에 힘입어 이 회사 주가는 11월에 다시 5000원 선으로 올라섰다.

이 와중에 유 회장은 지난해 5월과 11월 한 케이블TV에 나와 외자 유치 및 바이오기업 인수, 부산 남구 대연동 본사 땅의 용도 변경 등 호재성 정보를 적극 알려 주가를 떠받쳤다. 하지만 영남제분의 자사주 매각 이후 주가는 다시 떨어졌다.

이완배 기자 roryrery@donga.com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